정조는 220년 전 능행차서 왜 가마를 타지 않았을까

효심 가득한 창덕궁-수원화성 33㎞…특별기획전 열려

정조는 220년 전인 을묘년(1795년) 윤2월 9일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와 함께 지금의 경기도 화성시에 해당하는 수원부에 위치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 참배에 나섰다.

 

7박8일의 일정에 수행원 6천여 명이 따라나선 조선시대 최대 규모 능행차이다. 궁궐 화가들이 능행차 행렬을 묘사한 그림인 반차도(班次圖)는 가로 길이가 16m에 달한다.

 

반차도에서 정조와 혜경궁 홍씨는 중앙 부분 행렬의 본진에서 찾을 수 있다. 가마는 혜경궁 홍씨가 탄 1대만 그려져 있다.

 

그 뒤로 정조가 탔다는 좌마(座馬)가 있다. 임금을 그리지 않는 전통에 따라 화가들은 안장 위를 여백으로 남겨두었다.

 

반차도가 수록된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을묘년 능행차의 준비 과정부터 모든 일정을 담고 있다. 의궤에 따르면 정조는 어머니를 앞질러 갈 수 없을뿐더러 곁에서 모시는 게 도리라는 이유로 갈 때나 올 때나 가마를 타지 않았다.

 

또 환갑을 맞은 어머니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이동하기로 계획을 짜 을묘년 능행차 일정은 보통 2박3일인 평소 정조의 능행차 일정보다 2배 이상 길어졌다.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열린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서도 정조는 어머니에게 봉수당 건물 안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건물 밖에서 연회를 즐겼다.

 

애초 법도에 따라 궁궐 밖을 나설 수 없는 혜경궁 홍씨의 능행차 동행도 남편의 묘소를 보고 싶다며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 정조가 대비가 궁궐 밖을 나선 전례를 찾아내 이뤄졌다. 정조는 전례를 찾은 1793년부터 을묘년까지 무려 2년간 어머니와 함께하는 능행차를 준비했다.

 

왕위에 오르며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한 정조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은 널리 알려졌다. 정조는 경기도 양주시에 있던 사도세자의 묘를 1789년 지금의 자리로 옮긴 뒤부터 180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차례나 참배했다.

 

용주사를 세워 사도세자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삼기도 했던 정조는 현재 자신의 뜻대로 아버지 옆에 누워 있다.

 

수원화성박물관은 창덕궁에서 수원화성까지 33㎞에 이르는 능행차 곳곳에 가득한 정조의 이러한 효심을 다룬 특별기획전 '정조, 8일간의 수원행차'를 오는 12월 6일까지 연다.

 

지난 6일부터 두 달간 열리는 특별전에서는 원행을묘정리의궤와 의궤에 수록된 반차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묘사한 봉수당진찬도, 능행차의 마지막 일정인 활쏘기를 그린 득중정어사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득중정어사도 등 그림 6점은 일본 도쿄예술대학교와 교토대학종합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이번이 국내 첫 전시다.

 

특별전을 기획한 김수현 학예연구사는 "정조의 능행차를 주제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백성들도 자신처럼 효를 다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꾸준히 아버지의 묘소를 찾은 정조의 뜻이 이어지도록 많은 시민들이 전시를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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