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ATM ‘시각장애인’ 홀대?… 카드복제 경고창 ‘실종’

카드투입구 불법 부착 ‘주의문구’ 저시력자·장애인 전용창 ‘누락’ 방치
몰카·복제 등 금융사기 무방비 노출 우려… 농협은행 “빠른 시일 조치”

NH농협은행이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을 카드 불법복제 금융사기에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인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때는 금융거래 과정에서 카드 불법복제에 대한 경고창을 띄워 금융사기 위험성을 알리는 반면, 저시력자ㆍ시각장애인 전용 ATM 화면에서는 경고창을 넣지 않고 있다.

 

21일 도내 NH농협은행 한 지점을 찾아 ATM을 이용한 결과, 저시력자ㆍ시각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화면확대(보기편한ATM)’ 메뉴를 눌러 전용창으로 이동한 후 ATM을 썼을 때 카드 불법복제에 대한 경고문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반인이 이용하는 메뉴를 눌러 금융거래할 때는 ‘카드 불법복제 주의!!! 잠깐! 카드 투입구 이미지를 확인하시고, 카드 투입구에 다른 부착물이 있는 경우 사용을 중단하시고 영업점에 신고 또는 인터폰으로 신고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ATM을 이용한 카드 불법복제는 카드투입구에 소형 몰래카메라를 부착하거나, 기존 카드 투입구와 비슷한 형태의 카드 불법복제기를 붙여 카드정보를 빼내는 금융사기 수법이다.

카드투입구를 눈여겨보지 않으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수법이 교묘해 일반인도 쉽게 사기를 당하기 때문에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은 카드 불법복제 금융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올해 ATM을 이용한 카드복제 사기는 지난 9월말까지 300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ATM을 운영하는 금융사에 카드 불법복제에 대한 위험성을 이용고객에게 알리도록 지도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은 이용고객이 ATM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카드 불법복제기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경고문을 넣었다.

 

시각장애인 가족을 둔 K씨(30)는 “카드 복제 사기는 눈이 멀쩡한 사람도 쉽게 당하는데 시각장애인에게 주의하라고 알리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불편을 느끼는 시각장애인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작은 부분에서부터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지도조치로 ATM에 카드 불법 복제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구를 넣었는데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전용창에는 아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과정을 하나만 추가하면 돼 어려운 과정이 아니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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