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위한 ‘마음의 병원’… 인술로 사회를 치료한다
정신과 또는 정신병원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남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과거와 다르다. 정신 질환을 겪는 환자는 점점 늘고 민간병원만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경제적 빈곤층의 경우 정신적 문제를 겪기 더 쉽지만 병원비 등의 부담으로 치료가 힘들다.
방치하면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누가 감당할 것인가. 결국 답은 공공의료다. 롤모델이 되는 기관이 있다. 지난 1990년대부터 경기 북부 지역 거점 공공 병원으로서 당시 민간 병원들이 기피했던 정신병동을 운영해 온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이다.
의정부병원은 명실공히 경기 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공공의료원이다. 올해로 ‘환갑’을 맞았고,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의료 서비스를 묵묵히 수행해 왔다.
치료만 받으면 건강해질 수 있음에도 가정과 사회의 냉대와 편견, 경제적 부담 등의 문제로 접근조차 못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고수해 온 대표적 공공의료 사업이다.
현재 정신분열증, 불안장애, 우울증, 정신재활치료와 일반정신의학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중증환자는 격리병실에서 집중 치료한다.
결과는 지역거점병원임을 명확히 보여 준다. 정신병동의 병상가동률은 2015년 상반기 집계 결과 90.3%를 넘어섰다. 2013년 80.7%, 2014년 87.8%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역사회에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 각인된 만큼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각종 정신보건사업을 위탁 수행하는 거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알코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해바라기센터(원스톱 여성, 학교폭력 지원센터) 등을 운영 중이다.
또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비를 2013년 1억3천800만원에서 2014년 1억6천800만원으로 증액 지원하고, 전신 마취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을 위한 독립된 치과 진료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연천과 동두천, 양주 등에 무료이동진료팀을 보내고 집으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와 독거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가정간호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발굴하고 먼저 찾아가는 것을 활성화하는 것이 공공의료원의 역할”이라면서 “하면 할 수록 수익을 내기 힘들지만 민간 병원에서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 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김왕태 의정부병원장
“건강지킴이 북부 거점병원 … 낙후시설 리모델링·신축 이전 시급”
“환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김왕태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장이 취임한 이후 전 직원이 매일 아침 함께 외치는 구호다. 김 병원장이 경영 행정가로 활동하며 고민했던 공공의료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민간 병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백화점 수준 이상으로 환자들에 대한 친절을 강조했죠. 반면 공공의료원들은 관료적이고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공급자적인 사고에서 탈피해 환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관점을 바꾸는 것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습관’이어야 합니다.”
의료 수준을 높이는 것은 기본, 환자와 감정적 교류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의정부병원 전 직원은 조회시간마다 구호를 외치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인사만 잘하면 되는 것’이냐는 비아냥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환자에 대한 마음가짐을 되새기고 고개 숙이는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심이 될 것이라는 습관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 개선을 위해 실행한 프로그램이 또 있다. 일명 ‘1일 병원장 제도’다. 5급 이상 40여 명의 간부들이 매일 한 명씩 업무 시간 외 병원 곳곳을 돌며 병원장의 입장에서 환자의 불편사항, 병원 시설 문제, 직원들의 애로사항 등을 확인하고 리스트로 작업한다.
실제로 환자들의 예약 명단을 공유해 동선을 줄이고, 특정 검사는 대기하는 동안 직접 시행하는 등의 개선이 이뤄졌다. 병원과 직원들의 표정이 확 밝아진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지난해에 비해 진료 수익이 8%나 올랐다.
직원들을 향한 고마움이 커질수록 책임감과 고민은 깊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건물이다. 6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본관 건물이 건축한 지 38년이나 돼 앞으로 10년 이상 물리적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다. 경기 북부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 향후 건물, 시설, 의료진 등과 관련해 좀 더 공격적인 계획이 필요한 때다.
“병원의 주인은 주민과 지금의 직원이에요. 그들이 지속적으로 공공의료 혜택을 받고 정년까지 일하기 위해서, 민간 병원들이 기피하는 정신과 등의 지역 특화 의료 사업을 책임지기 위해서, 의료 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북부 지역의 사각지대를 끌어안기 위해서 등 많은 이유로 건물 증축 또는 신축 이전 등의 구체적 방안을 하루빨리 고민해야 합니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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