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원·인천에 올 축구스타들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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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운동장은 오후 6시께 이미 초만원을 이루었고,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일천원권이 이천원, 삼천원으로 프리미엄이 붙은 입장권을 구하느라 동분서주. 로얄 박스에는 김종필 총리의 모습도 보였고 박 대통령의 영식 지만군이 급우 1명과 함께 나와 경기를 관람했으며…’(1972년 6월 3일. 동아일보). 펠레(산토스 소속)였다. 국민소득(GNP) 1천700달러의 한국에 펠레가 왔다. 머리카락까지 잘라 수출하던 가난한 나라에 온 그였다. ▶후반 24분, 차범근의 강슛이 골문을 갈랐다. 2분 뒤, 이회택이 단독 드리블로 추가 골을 얻었다. 역시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국민의 응원이 펠레 쪽이었다. 거칠게 펠레를 방어하던 김호와 이차만에게 야유가 쏟아졌다. ‘우리가 펠레 보러 왔지 너희 보러 왔냐.’ 주심 김영진씨도 곤욕을 치렀다. 한국 팀에 유리한 판정을 계속하다가 호된 비난을 받았다. 그렇게 펠레의 방한은 선수보다 국민을 더 흥분시켰다. 그도 그럴게, 세계적인 운동선수, 영화배우를 한국에서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던 시절이었다. ▶‘이승우의 한국 대표팀’이 칠레에서 맹활약 중이다. 사상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서 브라질을 꺾었다. 예선 2연승도 남자축구 사상 처음이다. 요 며칠 ‘-17 월드컵’은 국민이 가장 행복해하는 검색어다. 덩달아 상종가를 달리는 검색어가 ‘이승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속 이승우를 우리뿐 아니라 세계 축구계가 연일 띄우고 있다. 이것이 성인 월드컵과 다른 ‘-17 월드컵’만의 특징이다. 팀 성적보다는 기대 유망주에 대한 조명이 훨씬 크다. 그렇게 주목받으며 성장한 선수가 마라도나ㆍ메시(아르헨티나), 피구(터키), 오언(잉글랜드), 앙리(프랑스)다. ▶이런 예비 스타들이 2년 뒤 고스란히 수원과 인천에 옮겨온다.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한다. 제2의 마라도나, 제2의 메시가 수원시민과 인천시민 앞에서 뛴다. 제2의 피구, 제2의 앙리가 수원시내와 인천시내에서 쇼핑을 한다. 이들을 취재하는 세계 유수의 언론사 카메라가 수원과 인천을 생중계한다. 1972년 펠레 단 한 명에 흥분했던 대한민국. 45년이 흐른 2017년에는 펠레와 같은 세계적 스타 수십명이 찾아온다. 그 명성에 올라타 세계로 뻗어갈 시정(市政)은 준비되고 있는가.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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