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날짜제안 없었다" vs 韓 "말이 안돼"…한일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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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의 첫 정상회담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다음달 2일께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양국은 27일 오후 시점에서도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연일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1월 2일 한일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전날 발언에 대해 "그런 보도를 한 것을 나는 모른다"며 "어쨌든 일한(日韓)의 회담에 대해 최종조정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도를 모른다"는 스가 장관의 언급 자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장관이 가장 중요한 외교일정 가운데 하나인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언급한 것은 고도로 계산된 외교적 화법이라는 분석이다.

 

방한 중인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의 언급은 보다 직접적이다.

 

이시카네 국장은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 국장과 만난 뒤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일본 언론에게 청와대가 밝힌 '다음달 2일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그런 것은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가 전날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도 되기 전에 일본 측에 정상회담 날짜로 다음달 2일을 제안했다고 언급한 자체도 외교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가 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서로를 압박하는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요미우리는 신문은 이날 "한국 측은 아베 총리가 서울에 체류하는 동안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난색을 표했다"며 "그러자 한국 측은 오찬 없이 약 30분간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일정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스가 장관의 언급에 대한 질문에 "그분이 말씀하신 게 '그런 보도를 한 것을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이 그런 보도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지 우리측이 다음달 2일 한일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한 내용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라는 의중을 담은 언급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시카네 국장의 언급에 대해 "말이 안되는 얘기다. 그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측이 일본에 11월2일을 제안한 것에 대해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그동안 누차 양국간 정상회담 개최 희망을 표명해온 바 있고, 최근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유엔총회 때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해온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정상회담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바는 없다"면서도 "양국 정상간 의미있고 건설적인 회담이 되려면 국민적 관심이 크고 해결이 시급한 당면 과거사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 있어 진전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대해 국내외적으로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서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일 정상회담은 어쨌든 개최될 것으로 낙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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