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섬 주변 갯벌 조사활동 실시
아직도 곳곳에 포탄 파편 가득 자료 토대로 생태계 복원 검토
“이제 시작합니다. 매향리를 옥죄던 지난 50년간의 아픔을 모두 씻어내겠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50년간 미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되면서 폭음과 포성만으로 가득했던 화성 매향리.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업이 27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기도와 화성시,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은 이날 오전 매향리 농섬 일원에서 ‘매향리 농섬주변 갯벌 환경정화사업’의 첫 조사활동을 실시했다. 이날 조사가 진행된 농섬과 주변 갯벌은 지난 1951년부터 2005년까지 54년간 주한 미 공군의 사격 및 폭격훈련장으로 이용됐던 곳이다.
고온리라는 주변 마을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쿠니(KOO-NI)’사격장 또는 매향리 사격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농섬은 사격장 폐쇄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폭탄 파편들로 가득했다. 더욱이 이날 오전까지 내린 비 탓인지 농섬 주변은 여전히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환경정화사업을 위한 연구진 등은 예정대로 속속 이곳에 도착, 지질측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지질측정은 무게 10㎏에 달하는 굴착기 모양의 그랩을 사용해 이뤄졌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농섬 인근 갯벌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주변 4~5개 지점을 선정, 생태계 조사도 병행했다.
관계자들이 곳곳에 포탄과 탄알들이 나뒹굴고 있는 농섬 일대에서 바닷물과 갯벌 등의 환경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특히 깊숙이 패인 흔적도 많이 발견됐는데, 길이 3m에 무게 454㎏의 항공기 투하 폭탄인 공대지 미사일이 깊게는 5m까지 박혀 있었다. 주변에는 토사가 무너져 내린 채 방치돼 있기도 했다.
경기도와 화성시는 이번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용역에 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내년 9월까지 사업에 대한 실시설계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기존의 국방부와 해수부에서 수행했던 단순 조사 용역의 한계를 넘어, 반세기 동안의 폭격으로부터 피폐된 해양환경을 되돌리겠다”며 “앞으로 모든 역량을 다해 매향리와 주민들이 온몸으로 겪었던 아픔의 세월을 치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환경정화사업은 수심 및 지형측량 등 기초자료조사와 해양환경(수질, 퇴적물, 생태계)조사를 토대로 매향리 해양환경을 분석하고 갯벌 복원, 양식어장 활성화, 평화공원과 연계한 관광 활성화 방안 등이 검토될 예정이다.
또 미 공군 전투기로부터 투하된 각종 폭탄 및 사격탄피에 대한 물리학적 탐사를 통한 침적 잔재물에 대한 조사와 현장 실증분석도 이뤄진다.
정민훈기자
영상=권오현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