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문화·소비 창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필요”
올해로 건설된 지 25년이 지난 1기 신도시들은 각 지역별로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특히 노후화와 안전 문제는 이들 신도시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입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주범이 될 것이다. 1기 신도시 재생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이에 신도시 재생과 관련,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 리모델링ㆍ재건축 위험성 경고… ‘대수선’ 제안
이성룡 경기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노후 아파트 재생의 방안으로 각광받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현재 수도권 1기 신도시는 탄탄한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수익성에만 매몰된 무분별한 리모델링과 재건축 등은 기반시설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사업성을 보장하기 위해 보통 리모델링은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돼 시행 시 고밀도 주거지로 재탄생한다”며 “도로와 주차장 등 기반시설의 과부하가 염려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25년 뒤면 또다시 노후화 문제가 불거질텐데 그때는 용적률을 더 높일 수 없을 것”이라며 “리모델링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방법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후화에 대한 대안으로 ‘대수선’을 제안했다. 현행 건축법상 대수선은 건축물의 기둥이나 계단 등 구조나 외부형태를 수선ㆍ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처럼 한번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한 대수선을 통해 점진적으로 보수하는 것이 지속가능성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 일자리ㆍ문화ㆍ소비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신도시 생태계 구축 필요
김흥순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재건축ㆍ수직증축을 통한 리모델링 등의 방안보다는 지속 가능한 신도시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 가격에 의지하기 보다,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그 도시만이 가지는 매력적인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2기 신도시인 판교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자리와 문화, 소비가 함께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도시는 일반적으로 베드타운이 많은데, 신도시 안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결해야 또 다른 신도시에 묻히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판교는 탄탄한 일자리가 있고 현대백화점, 에비뉴프랑 등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공간, 소비의 메카로 부상했다”면서 “1기 신도시인 분당은 2기 신도시인 판교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연계해 함께 발전을 이뤄야 하며 앞으로 신도시 개발이나 발전방안 역시 공간과 인프라, 고용, 문화 창출로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 1기 신도시 전반적인 점검 위한 TF팀 구성
국토부는 국토연구원과 함께 노후화 및 안전 등 1기 신도시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앞으로 국토연구원과 1기 신도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포럼을 개최, 1기 신도시에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후 관리기구를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한다는 복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기 신도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생 정책과 주거 유형의 다양화 유도라는 측면에서 이슈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일본이나 프랑스 등의 신도시 노후화와 우리나라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기 신도시들의 노후화된 아파트에 대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찾으면서 주거문화를 함께 아우를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ㆍ이관주기자
‘대수선’ 이란?
현행 건축법상 대수선은 건축물의 기둥이나 계단 등 구조나 외부형태를 수선ㆍ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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