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결위서 국정화 예산 신경전… 고함·반말까지
정쟁만 벌이다 시한 쫓겨 ‘끼워넣기식 타협’ 가능성
여야의 국정교과서 대립 양상이 이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졸속 심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예결위는 29일 황교안 국무총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에 이어 종합정책질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예비비를 국정 교과서에 투입한 문제를 지적하며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이를 제지하려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신경전이 벌어졌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오산)은 회의 시작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야당이 요구한 예비비 자료 제출을 정부가 거부한 데 대해 “동네 개가 짖어도 이러진 않을 것”이라며 야당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예비비는 선조치 후보고가 법에 명시돼 있다”며 “그걸 알면서도 계속 (자료 제출을) 주장하는 건 생트집이다. 국민한테 부끄럽지 않은 국회가 되려면 스스로 자제하고 특히 야당 의원의 자제를 당부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자료 제출 문제를 놓고 감정이 격해진 의원들은 상대 당의원의 발언 도중 끼어들어 고함을 지르거나 반말을 쓰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드러냈다.
예결위가 이처럼 교과서 문제에 매몰되면서 여야가 자칫 정쟁만 벌이다가 예산안 심사는 졸속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안별 심의보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예산 심의가 이어지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예산 처리 시한에 쫓겨 실제 중요한 항목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심의하고 의원들 각자가 지역구 예산만 적당히 끼워넣는 식으로 타협하는 졸속 예산안 처리가 예상된다.
예결위는 다음 달 9일 소위원회를 가동해 본격적인 감액·증액 심사에 착수하고 30일까지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 전까지 예산안을 본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선거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 일정을 맞춘다는 계획이어서 이같은 졸속 심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날도 국정교과서 문제를 둘러싸고 막말을 퍼부으면서 공방만 이어갔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화성갑)의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느냐”는 발언에 대해 막말이라며 공세를 취했던 새정치연합은 이날 이종걸 원내대표(안양 만안)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기 전에 ‘두뇌의 정상화’가 정말 시급해 보인다. 그냥 친박이 아니라 ‘친박실성파’로 부르고 싶다”고 맞불을 놨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가장 큰 권한과 역할 중 하나가 예산 심사권인데 지금의 모습은 그들 스스로가 정쟁에만 몰두한 채 자신들의 역할은 포기한 듯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재민ㆍ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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