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노숙자 가방 훔쳐 속을 보니…현금 900만원

60대 노숙인이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려고 구걸로 900만원을 모아 가방에 넣고 다닌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알려졌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윤정인 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노숙인 강모(49)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 8월 31일 오전 1시께 동대문구의 중앙선 청량리역 선상광장 벤치에서 잠을 자던 노숙인 조모(63)씨의 가방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그 가방은 평범한 노숙인의 짐은 아니었다.

현금 90만원과 7천달러(한화 약 800만원)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돈은 '노숙 탈출'을 위해 한 푼 두 푼 모아온 돈이라고 조씨는 주장했다.

훗날 임대아파트에 당첨되면 임대보증금으로 사용하려 모아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노숙인이 달러를 갖고 다닌 것은 왜일까.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가방의 부피를 줄이려고 생활비를 제외한 돈은 미국 달러로 환전해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액 중 강씨가 써버린 금액을 제외한 500여만원은 조씨에게 돌아갔다.

윤 판사는 "피고인이 절도 전과가 있고 피해액이 상당하지만 피고인 자신도 청각장애를 앓고 어렵게 생활해 온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노숙인이 거액의 현금을 지니고 다니다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8월 인천에서 노숙하던 수십억원대 자산가가 1천여만원의 금품을 넣은 가방을 도둑맞았다가 찾았다.

 

그는 상속받은 부동산을 보상받아 수십억원을 손에 넣었지만 집에서 지내는 것이 답답해서 노숙한다고 경찰에 털어놓은 사실이 알려져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2005년에는 부산의 행려병자 병원에 입원한 노숙인이 구걸로 번 3천만원을 가방에 넣고 다닌 사연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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