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편안한 안식 돕는...마지막 벗
‘웰라이프’를 넘어 ‘웰다잉’이 주목 받는 지금,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통증 및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영적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총체적인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한때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지만,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대형종합병원내에 전문병동과 전문의료기관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 부족은 물론, 연명을 위한 과잉치료, 전문 시설ㆍ인력ㆍ장비 부족 등이 문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어떤 분야보다 공공의료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파주병원은 일찍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투자 해왔다. 공공의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말기 암 환자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환자와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지난달 29일 찾은 파주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은 기존 병실 분위기 와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벽에는 나무와 새들이 그려진 포인트 벽지가 붙어 있었고, 복도 곳곳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만든 장식물이 걸려있었다. 복도에는 클래식이 울려퍼졌고, 병원에서 반입이 금기됐던 화분과 화초도 볼 수 있었다. 또 6인 병상은 환자들의 쾌적함을 위해 3인 병상으로, 병실의 호수를 나타내는 숫자는 은방울ㆍ로즈마리ㆍ자스민이라는 문구가 대신했다. 아울러 가족들이 쉴 수 있는 가족실과 휴게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강의실, 환자들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임종실이 설치돼 있었다. 병원이 가지고 있는 차가움과 죽음을 앞둔 엄숙함 보다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환자와 가족들의 얼굴에도 두려움과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파주병원은 이처럼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위해 병동 시설을 재정비하고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것을 물론 의사ㆍ간호사ㆍ사회복지사ㆍ성직자ㆍ자원봉사자 등 전문적인 완화의료 지식을 가진 의료진을 영입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미술치료’ ‘원예요법’ ‘목욕ㆍ이미용 관리’ ‘추억만들기’ 등 신체ㆍ심리ㆍ영적 돌봄에 이르기까지 완화의료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환자들의 안정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임종 직후 사별 가족을 대상으로 ‘전화 상담’ ‘사별가족 편지 발송’ ‘사별가족 모임-그루터기’를 진행하며 우울증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참여에 어려운 가정이나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는 경우에는 가정방문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가정방문 완화의료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가정ㆍ호스피스전문 주치의와 간호사, 완화병동 전담의, 완화병동 사회복지사가 함께 재가 암환자를 찾아가 통증관리, 영양관리, 수액요법, 임종간호, 기타 증상 등에 대해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송시연기자
인터뷰 김현승 병원장
“하룻밤을 새도 모자랍니다.(허허)” 파주병원의 자랑거리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김현승 파주병원장이 한 대답이다. 여느 기관장이나 할법한 말이지만, 파주병원에 대한 그의 애정은 확실히 남달랐다.
그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예전 도립병원, 공공병원이라고 하면 저질의료와 불친절한 병원이라는 인식에 기피돼 왔지만, 파주병원만큼은 이러한 인식에서 탈피해 대학병원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은 무엇보다 의료수준이 높아야 한다. 파주병원은 의료수준이 대학병원급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저를 포함한 28명의 전문의들이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신 의료장비를 도입해 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의 이런 자신감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파주병원에 부임한 건 2007년이다. 그때만 해도 이곳에서 일하는 의료진조차 병원에서 진료 받는 것을 거부했다. 가벼운 감기에도 반차를 내고 인근 병원에 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8년 전만해도 이곳에서 일하는 관계자 조차 다른 곳에서 진료를 받았죠. 하지만 지금은 저를 비롯해 모든 병원관계자, 가족까지도 이곳에 입원하고, 수술 받고 있습니다.”
병원의 변화는 병원관계자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알아챘다. 치매, 중풍, 만성알코올중독 환자들만 넘쳐났던 병원에, 일산ㆍ신촌으로 빠져나갔던 급성기질환 환자들이 찾기 시작한 것.
그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믿음과 신뢰가 상당히 좋아졌다”며 “무조건 인근지역으로 나갔던 환자들이 이제는 병원이 갖추고 있지 않은 3~4개 진료과목을 제외하고는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변화는 아니다. 철저한 계획아래 예견된 변화였다. 그는 취임 1년 후 2020년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공공병원을 만들자는 중장기계획 ‘Challenge 2020!’을 세워 공공의료의 변화에 한발 짝 먼저 준비해왔다. 이와 함께 공공의료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역할에 주목했다. 바로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공공의료사업.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공공의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존엄성을 다루는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 철저한 교육을 거친 전문가들과 최고의 시설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취약계층 의료지원, 민통선마을 및 오지마을 무료진료, 최빈국을 위한 의료봉사 등도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는 “파주지역은 외근인 노동자들과 탈북주민, 민통선 등 오지마을이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을 위한 무료진료와 해외의료봉사를 진행하면서 민간외교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호스피스완화의료란
치료가 어려운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통증 및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영적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총체적인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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