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WDC(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또 행자부 벽에 부딪혔다. 행자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의위원회가 재검토 의견을 내렸기 때문이다. ‘구리시가 제출한 외국 기관 투자 협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위원회가 내놓은 이유다. 행자부 관계자는 “제출된 IA(Investment Agreement)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지만 내용을 검토한 결과 외국기관의 투자 계획과 책임 등이 추상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심의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대해 적정, 재검토, 부적정 등 세 가지 가운데 의견을 낸다. 적정이면 원안대로 확정이고, 재검토는 위원회가 제시한 조건을 보완해야 하며 부정적이면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 따라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진 GWDC 사업은 여전히 추진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결정이 미칠 외국자본의 이탈이다. 이번에 구리시와 IA를 체결한 곳은 유명 투자 그룹인 베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Bainbridge Investment)와 트레저 베이 그룹(Treasure Bay Group)이다. 투자 금액은 각각 15억 달러씩 총 30억달러(한화 약 3조4천억원)다. 근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외자 가운데 보기 드문 거액이다. 이 외국 자본이 대한민국 행정부의 ‘재검토’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행자부의 취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재검토 요구의 이유들이 석연치 않다. IA에 페널티 조항이 누락 됐다는 지적을 했는데 구리시는 ‘그린벨트로 묶인 곳에 페널티 조항을 넣기 어렵고 국제 협약 표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IA에 위약 사항이 생길 때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근거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행자부가 제시한 재검토 조건이 되레 추상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철폐를 요구했다. 규제철폐의 핵심은 투자 여건 조성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규제는 여전히 살아 있고 투자는 여전히 위축된다. 이러니 요란한 규제철폐 구호로 풀린 건 ‘푸드트럭’ 하나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거다. 경기도는 빠듯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GWDC에 공동 사업자로 참여했다. 오히려 중앙부처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중앙부처와 충돌을 빚으며 추진된 사업치고 성공한 예가 드물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29일 “중앙부처 요구 사항을 보완해 재도전하겠다”며 수긍하는 자세를 보였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옳은 접근태도다. 그렇다고 행자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자본이 더 이상의 협약 조건에 응할 것인가. 행자부는 보완하면 승인해 줄 것인가. 무엇보다 3조4천억원의 외자는 온전히 지켜질 것인가. 이래저래 유감스런 행자부 결정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