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편익시설 반영 안 돼… 형평성 잃은 KDI 타당성 조사
한류를 이끌고 있는 K-POP 가수들의 꿈의 무대가 될 ‘K-POP 아레나 공연장’조차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된 부지에 조성되는 ‘K-컬쳐밸리’. 경기도는 오는 12월 사업자를 선정한 뒤 내년 2월 착공에 들어가 2017년말께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K-컬쳐밸리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 K-컬쳐밸리가 성공하려면 K-POP 아레나 공연장을 뛰어넘는 한류 아이템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K-POP 아레나 공연장이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은 이유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서울에 빼앗긴 K-POP 아레나 공연장, 무엇이 문제였나
지난 2012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약 2천억원을 들여 1만8천석 규모의 K-POP 가수 전용 아레나 공연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시와 경기도는 아레나 공연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이듬해 2월 문광부는 K-POP 아레나 공연장 부지로 고양 한류월드를 최종 선정했다.
당시 도는 10여년간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던 한류월드에 K-POP 아레나 공연장을 유치하면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 공연장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이후 문광부는 K-POP 아레나 공연장을 오는 2017년까지 고양시 한류월드 내 테마파크 T1 부지에 연면적 6만7천819㎡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1만8천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과 함께 대중음악체험관, 다목적 홀 등으로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나 한류월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K-POP 아레나 공연장은 문광부가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한 ‘K-POP 아레나 공연장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면서 반전을 맞게 된다.
서울시와 유치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했던 한류월드지만 정작 KDI 연구 결과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판정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KDI는 K-POP 아레나 공연장의 총 사업비로 2천771억원 가량이 소요되고 30년간 운영하는데 11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수익은 2천280억원에 그쳐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 결국 B/C가 0.6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K-POP 아레나 공연장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지수 역시 0.0445%로 분석돼 지난 3년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의 평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지수 0.3431%보다 크게 낮아 지역경제활성화 효과도 미비할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K-POP 아레나 공연장 건립 사업은 6명의 평가자 전원이 사업 미시행으로 평가, 최종적으로 사업추진의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
그러나 KDI는 국내에 아레나 공연장이 없어 이용객 분석에 있어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대비해 분석을 했고 대중음악체험관의 입장객수 분석에 있어서도 유사 시설이 없어 부천판타스틱스튜디오와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비교해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문객의 이동 수단 역시 향후 개통될 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도는 K-POP 아레나 공연장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외국 사례와 비교하고 교통수단과 편익시설 등을 추가해 다시 해 줄 것을 문광부에 요청했으나 문광부는 재용역은 추진 조차하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다 지난 8월 잠실 체조경기장을 아레나 공연장으로 리모델링 해 한류월드 내 K-POP 아레나 공연장을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류월드가 서울 송파구와 부지 선정 경쟁에서 이겼음에도 2년 만에 다시 송파구에 K-POP 아레나 공연장을 빼앗긴 것이다.
■ 호텔만 가득한 한류월드, 유일한 한류 컨텐츠 ‘K-컬쳐밸리’
경기도가 200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한류월드 조성사업은 한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체류형 관광ㆍ숙박단지 조성을 목표로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원 99만4천756㎡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총 5조6천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한류월드 조성사업은 현재까지 30%의 분양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호텔과 방송시설로 채워져 사실상 ‘한류’ 콘텐츠를 담고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 더욱이 K-POP 아레나 공연장 마저 무산되면서 이제는 K-컬쳐밸리가 유일한 대안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문화창조 융합벨트 출범식에서 발표된 사업인 K-컬쳐밸리는 융복합 공연장과 한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복합시설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와 손경식 CJ 회장 등 문화창조 융합벨트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K-컬쳐밸리 조성 및 운영을 위한 LOI’를 체결했다. CJ그룹은 K-컬쳐밸리를 위해 약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지난 8월 도에 사업계획 개요를 제출하면서 K-컬쳐밸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 한류월드에 계획된 시설 중 한류 콘텐츠를 부각할 수 있는 것은 K-컬쳐밸리가 유일하다. 또 K-컬쳐밸리가 정상적으로 조성되면 한류월드 부지의 90% 이상을 개발하게 돼 사실상 한류월드 사업이 종료된다고 볼 수 있다”며 “한류월드의 성패를 좌우할 K-컬쳐밸리가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ㆍ박준상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