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다시 피어난, 대한제국의 마지막 꽃

도립무용단 무용극 ‘황녀, 이덕혜’ 13~14일 도문화의전당 대극장서
광복 70주년, 덕혜옹주 삶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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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가 몸짓 언어로 부활한다.

 

경기도립무용단(예술단장 김정학)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재조명한 창작무용극 <황녀, 이덕혜>를 오는 13, 14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 올린다.

작품은 1912년부터 1989년까지 조선 최후의 황족으로서 철저하게 정치적 희생자로 살며 대한제국의 운명과 함께한 덕혜옹주의 삶을 무대에 옮긴다.

 

일본은 1920년대 아직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왕족으로 조선 민중에게 희망적인 존재였던 덕혜옹주에게 기모노를 입혔고 아버지를 독살한 나라에서 차디찬 십대 시절을 보내게 했다. 어머니의 죽음, 원하지 않은 정략결혼, 10년 이상의 정신병원 감금생활, 딸의 자살, 그리고 조국과 일본의 외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다.

 

도립무용단은 이 비극적 삶을 깊은 호흡이 담긴 발 디딤과 처연한 손끝으로 표현한다. 김정학 예술감독 부임 후 첫 정기공연으로 노현식 상임안무가 안무를 맡아 한국적인 현대무용으로 풀었다.

특히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덕혜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용수 최지혜, 최은아, 박지유가 덕혜를 소화한다. 극 후반 현실과 환영이 대비되는 극적 표현을 명장면으로 꼽고 있다.

 

음악은 김철환 작곡가가 맡았다. 옹주가 쓴 동시 <비>를 주테마로 한 창작 가곡 속에 이덕혜의 슬픔을 담았다. 관악기와 타악기를 통해 마지막 황녀가 지닌 한을 토해내고, 근현대를 오가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따라 바이올린, 첼로, 바순 등 서양의 선율 악기와 북, 장구 등 동양의 타악 장단을 결합했다.

 

무대에 놓인 크고 작은 열아홉 개의 조각은 덕수궁, 정략결혼이 이뤄진 현장, 차가운 정신병원 등을 상징하며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무용단 관계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지금 대한제국의 마지막 꽃 덕혜옹주를 통해 시대의 아픔, 우리 근대사 속 민족정신을 새롭게 조명하고 반성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면서 “이번 작품은 온몸이 아플 정도로 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한 여자의 이야기이자 그녀에게 바치는 헌화무(獻化舞)”라고 밝혔다. 관람료 2~4만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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