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오인근 경기도럭비협회장

거친 몸싸움 속 신사의 품격… 럭비, 국민스포츠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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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드가 불규칙한 타원형 공에 손과 발 구분 없이 공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면서 격렬한 신체 접촉 때문에 스포츠 종목 가운데 가장 난폭한 경기로 오해를 받고 있는 종목 럭비.

그러나 정해진 규칙 안에서 희생, 봉사, 협동, 심판에 대한 절대 복종 등이 내재되어 있는 ‘신사 스포츠’로 평가를 받고 있는 종목이 바로 럭비다.

진정한 남성 스포츠로 대변되고 있는 럭비는 영연방 국가 또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 유럽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로 아시아권에서도 홍콩이나, 대만, 일본, 스리랑카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일제 강점기인 1928년 처음 도입된 이후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경기도 럭비는 전국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에서 단골 상위 입상하며 도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0여개의 경기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 가운데 드물게 경기인 출신 회장으로 취임한 오인근(59ㆍ경덕산업 대표) 회장.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직접 후견인을 자처하며 회장에 취임한 이후 오직 럭비발전 만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취임 2년의 오인근 회장을 만나 그의 럭비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들어봤다.

Q. 경기도 럭비가 전국체육대회에서 4년 만에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인 출신 회장으로 감회가 남다를 텐데.

A.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와 지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해왔다. 럭비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무엇보다도 중요시되는 운동이다.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각자 맡은바 최선을 다해준 선수단 모두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전국체전은 물론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Q. 2년 전 도내 가맹경기단체장 중 드물게 선수 출신으로 경기도럭비협회 회장을 맡으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A. 럭비인으로서 럭비 발전과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자 경기도럭비협회 회장직을 맡게 됐다. 선수 출신인 만큼 선수와 지도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비경기인들보다 많이 알고 공감하고 있다. 취임 후 2년 만에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 걸음이지만 이번 전국체전을 계기 삼아 경기도 럭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힘쓰겠다.

 

Q. 취임 후 지난 2년간 각종 대회가 열릴 때마다 현장을 찾아 선수·지도자들을 격려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바쁜 일정에도 직접 현장을 찾는 이유는.

A.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겠지만 럭비에서도 경기장에서 관중, 관계자들의 응원과 성원이 있을 때 선수들이 더 큰 힘을 낸다. 경기를 직접 관전하다 보면 경기력 향상이 눈에 보이고, 지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는지 추측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경기도 럭비를 넘어 대한민국 럭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만큼 럭비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장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경기장을 자주 찾고 있다.

 

Q. 박진감 넘치는 남성적인 스포츠인 럭비는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홍콩만 해도 활성화 됐는데 국내에서는 비인지 종목이다. 회장께서는 언제 처음 럭비와 인연을 맺었으며, 생각하는 럭비의 매력은 무엇인가.

A. 지난 1969년 서울 강남중 재학당시 선생님의 권유로 처음 럭비를 시작했다. 서울 한양공고와 경희대를 거쳐 군부대에서의 선수생활을 마지막으로 사회생활에 접어들게 됐다. 럭비가 국내에서는 비인지 종목이지만 외국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다. 

한국의 경우 럭비 인구가 전 종별에 걸쳐 1천700여명에 불과하지만 일본의 경우 팀 수만 7천여개가 넘는다. 특히, 여성팀의 경우 한국은 대표팀 한 팀이 전부인데 반해 일본은 중·고·대학·일반부, 클럽팀까지 유럽 못지않게 활성화가 잘 돼 있다. 

이렇듯 외국에서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럭비는 점수를 내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맡은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른 구기 종목의 경우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따라 팀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지만, 럭비는 모든 선수들 이 제 몫을 다해줘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협동심과 봉사정신, 희생정신이 없다면 점수를 낼 수 없다는 점이 바로 럭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경희대 럭비 OB 모임인 고황구락부 회장과 대한럭비협회 부회장도 맡고 계시다. 최근 럭비가 생활체육 종목으로도 점차 저변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활성화 전망은.

A. 럭비는 엘리트 선수들과 동호인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종목이다. 럭비가 생활체육과 접목된다면 충분히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대한럭비협회에서는 럭비의 활성화 여부와 관련해 비인지 종목을 탓할게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 현대글로비스에서 실업팀을 창단키로해 고교와 대학 선수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고, 럭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 들어 대한민국 럭비 발전에 있어 희망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대중들에게 친근감 있는 종목으로 다가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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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이 화두다. 경기도에도 여러 개의 생활체육 럭비 동호인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과의 상생 방안은.

A. 단연 저변확대다. 다른 종목의 경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지만 럭비는 생활체육 동호인들도 대부분 엘리트 선수 출신으로 유대관계가 잘 형성돼 있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된다면 럭비인들은 흔쾌히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장점을 극대화해 럭비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 생각된다.

 

Q. 운동선수 출신으로는 드물게 사업가로도 성공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회장께서 현재 운영 중인 회사(경덕산업)에 대한 소개와 선수 출신 기업인으로써 성공 비결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A. 현재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을 운영중이다. 

성공 비결 이라기보다는 운동을 함으로써 몸에 밴 노력과 신뢰, 규칙을 지키는 것 등 모든 것들이 사회생활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항상 신뢰와 신용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에 앞장섰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성실히 일해 왔다. 이런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Q. 경기도 럭비가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물론 타 시·도에 비해 많은 팀을 육성하는 등 대한민국 럭비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 럭비의 당면 과제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럭비협회를 발전시켜 나갈 생각인지.

A. 현재 경기도에는 중학교 3개 팀, 고등학교 3개 팀, 대학교 1개팀이 운영되고 있다. 도내 팀들은 각종 전국대회에서 항상 상위권에서 경쟁을 펼치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진로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전국에서는 고교 3학년 럭비선수들이 약 200명씩 졸업을 하고 있지만 럭비부가 있는 대학이 몇 안 돼 60~70여명 만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도럭비협회는 대한럭비협회와 머리를 맞대고 대학팀 창단은 물론 직업군인으로 선수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협의하는 등 선수들의 진학과 취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 또한 럭비 선수 출신이라는 자체만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이력이 되는 럭비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정리=홍완식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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