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 K타이거즈태권도시범단연합회’는 태권도 시범을 통해 재능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남양주 오남그린공원에서 열린 ‘점프벼룩시장’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모습.
태권도는 누구나 한번쯤 배워봤을 만큼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 창시돼 세계화된 국제공인스포츠이기도 하다.
기자도 어렸을 적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남동생과 함께 태권도장에 다녔었다. 파란띠 승급심사를 앞두고 있을 무렵 ‘다리 찢기’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뒀던 기억이 난다.
남동생은 그 뒤로도 태권도를 꾸준히 했고, 태권도 공인 3단의 자격을 취득해 내심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남양주시 K타이거즈태권도시범단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도 모두 같은 이유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신체 건강을 위해서,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서, 친구 따라서. 하지만 이들에겐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태권도를 통한 재능기부를 한다는 것.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신체활동을 위한 태권도를 하지 않는다.
매일 2시간씩 연습해 지역주민들에게 자신이 가진 재능을 선보이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나눔은 지역 뿐만아니라 자기자신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건강한 청년으로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6시 남양주에 있는 한 웨딩홀에서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렀다. 남양주 평내동, 호평동을 사랑하는 봉사모임인 ‘평호사모’가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자 마련한 행사에서 남양주 K타이거즈태권도시범단연합회가 태권도 시범을 선보이고 있었던 것.
절도 있는 동작과 화려한 기술, 격파 시범은 두 눈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시범은 단순히 태권도 품새 동작이 아닌 최신가요에 안무, 호신술 등 다양한 동작을 섞어 하나의 공연처럼 보였다. 행사장의 산만했던 분위기는 이들의 멋들어진 시범에 한순간에 조용해졌고, 10여분의 공연이 끝나자 주민들은 갈채박수를 쏟아내며 환호했다.
남양주 시범단연합회는 태권도에 춤, 노래 등 쇼 퍼포먼스 요소를 섞어 공연을 펼치는 전문태권도시범단이다. 남양주 내에 있는 8개의 태권도장이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으며,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200여명의 학생들이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양주 시범단연합회의 본부는 K타이거즈태권도시범단이다. 1990년 창단된 시범단은 태권도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기치로 내걸고 예술에 가까운 고난도의 시범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단체에 소속된 팀이지만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재능기부를 통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 남양주 시범단연합회는 지난해 2월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 봉사단체로 등록해 본격적인 나눔 활동을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자신들의 재능을 보고 기뻐해 주는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더 많은 이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었다.
박환균 남양주 시범단연합회 사무국장은 “태권도 시범은 단체가 생긴 뒤 지속적으로 해왔다. 여기에 보다 뜻 깊은 일을 하고자 지난해 2월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하게 됐다”며 “이후 연합회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달에 4번씩 남양주시가 고정적으로 열고 있는 ‘점프벼룩시장’에서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시와 기관, 시민들이 개최하는 체육대회, 가요제, 축제, 콘서트 등 장르와 장소를 불문하고 지금까지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100여 차례 시범을 선보여 왔다.
이날도 오전에는 판곡고등학교 축제에서 시범을 선보였다. 남양주 시범단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종국 군이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 축제에서 시범을 선보이고 싶다고 직접 제안한 것이다.
“평소 친구들이 연합회 활동을 하고 있는걸 알고 있었는데, 보여줄 기회가 없었어요. 연합회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제안했더니 모두들 흔쾌히 동의하더라고요.
덕분에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었고, 친구들이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칭찬해줘 내심 뿌듯했습니다.” (김종국ㆍ평곡고 1년) 이들은 공연을 위해 하루 2시간씩 꼬박 연습한다. 그리고 두달에 한번 연합회 소속 학생들이 모두 모여5~6시간 전체 연습을 진행한다.
“학교 공부와 병행해야하는 탓에 어려움도 있지만, 하루라도 쉬게 되면 금방 티가 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라도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연합회 소속 팀원 모두가 만나는 게 쉬운 것이 아니기때문에 단체 연습이 있는 날은 모두들 빠지지 않고 모이려고 노력하죠.” (신현우ㆍ남양주금곡고 2년)
이들은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나간다. 매 시간 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공연모습을 녹화한 동영상을 돌려보고,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또 안무도 직접 창작해 넣고 있다.
“매번 회의시간을 가져 잘못된 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어요. 무대에서는 동선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금방 눈에 띄기 때문에 끝나고 난 뒤 잘 살펴봐야 합니다. 형, 동생들과 함께 안무에 대한 아이디어도 내고, 멋진 기술이나 동작이 있으면 채워 넣고 있죠.” (김선겸ㆍ평내중 2년)
이런 노력으로 지난 6일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2015 경기도 재능나눔 경연대회’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김나영(밀알두레학교 6년) 양은 “4학년때 태권도를 시작해 많이 부족하지만, 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생각하지도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최서영(평내초 5년) 양도 “제가 좋아하는 태권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또 이렇게 상도 받게 되니 너무 기뻤다”며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뿌듯해 했다.
대회 수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큰 수확은 재능기부를 통해 학생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시범 준비과정을 통해 책임감과 공동체 활동에 대해 배우고, 나눔을 통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매번 공연 할 때마다 많은 분들이 칭찬해 주시니까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다음 공연은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가끔 힘이 들어서 연습에 빠지고 싶기도 하지만, 공연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오고 있어요. 또 팀원들과 회의하는 과정을 통해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습니다.” (이운학ㆍ남양주금곡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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