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은 다양하다. 성대결절은 가장 유명한 성대질환이며 이밖에도 성대폴립, 성대구증, 육아종, 유두종, 백반증 등 종류가 많이 있다.
이러한 대부분의 성대질환은 성대 접합부에 문제가 생겨 양쪽 성대가 서로 깔끔하게 붙지 못하게 되면서 소리가 깨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접합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해서든 성대 표면의 모양이 바뀌어서든 중요한 점은 성대가 잘 맞닿지 못하는 것이다.
연축성 발성장애는 이와 달리 성대의 접합에 문제가 있지 않다. 다만 소리를 만들기 위해 성대를 진동시키는 과정에서 불규칙한 ‘연축’이 발생하면서 목소리가 떨리고 불안정하게 나오게 된다. 증상이 약한 경우에는 특정한 상황이나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정상적인 발성이 되기도 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심한 중증의 환자는 어떤 상황, 어떤 컨디션에서도 목소리가 떨리고 큰소리를 내는 것도 힘이 들게 된다.
목소리가 떨리거나 깨져서 나오게 되어 일상생활에서도 불편이 생기고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목소리가 잘 나오더라도 긴장을 하게되면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면접이나 발표 등에 있어서 난감한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신체적으로도 발성할 때 목과 그 주변부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게 되어 만성적인 어깨결림이나 목덜미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목소리에 이상이 생겨서 겪는 불편이나 그와 관련된 신체적인 통증 등은 성대결절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갈라지는 소리가 아닌 떨리는 음성을 보이는 연축성 발성장애 환자는 또 다른 불편함과 괴로움을 받게 된다. 그것은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오해의 시선이다.
쉰 목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감기나 목이 잠겨서라고 이해를 한다. 때로는 성대결절이라고 설명하면 누구나 수긍하고 불편함에 대해 공감도 할 것이다. 그런데 연축성 발성장애는 질환에 대한 정보공유가 되지 못한 까닭에 떨리는 목소리가 질환으로 인한 것인 줄 모르고 말하는 이의 과도한 긴장에 의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게 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그러한 오해를 하는 것도 환자에게는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이지만 가까운 사람들, 심지어 가족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인정하지도 않으며 그저 환자의 소심함을 탓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때로는 환자 스스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책하면서 자존감마저 손상되어 증상이 더 심해지고 또 다른 신체적 심리적 문제를 보이게 되기도 한다.
질병에 대한 지식이 제대로 공유되어 환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는 사회에서는 질병은 단순히 그 자체의 문제로 국한되며 치료에 전념을 다 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질병에 대한 무지나 단편적 지식으로 인한 오해들이 퍼져나가면 환자들은 질병과의 싸움보다 더 힘든 오해와 차별이라는 더 무서운 적을 상대해야만 한다.
이 짧은 글이 연축성 발성장애라는 질병에 대한 인식과 이해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에 집중하여 좋은 결과를 보길 희망한다.
이재수 다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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