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인근 야산서 탐색 5분만에 “지뢰다!”
2일 오후 2시께 찾은 연천군 장남면 판부리 산 210-3 일대.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오른손에 들린 지뢰 탐지기(금속 및 비금속 탐지기)가 연신 고음을 내며 신호를 보내왔다. 지뢰 탐색을 시작한지 불과 5분 만이다.
이후 김 소장은 예상 지점을 기준으로 가로 1m·세로 1m의 사각형을 그린 후 낫과 갈퀴를 이용해 낙엽을 조심스럽게 걷어내기 시작했다. 자석과 호미를 용접해 만든 일명 ‘만능 호미’를 꺼내, 땅을 파는 순간 호미 끝에 ‘땅’ 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날 호미에 걸린 지뢰는 M7A2 경전차 지뢰로 녹이 슬어 부식된 상태였다. 지뢰를 유심히 본 김 소장은 “조심하세요”라고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이어 “아직 뇌관이 살아 있습니다. 겉으로는 작동이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안은 아직 숨을 쉬고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지뢰가 발견된 이곳은 10여가구가 논과 밭을 일구며 사는 곳으로, 민통선으로부터 2㎞ 떨어진 지역이다.
이후 김 소장은 지뢰가 묻혔던 자리를 살폈다. 손으로 몇 번 훑어내자 같은 종류의 M7A2지뢰가 또다시 보였다.
김 소장은 “M7A2는 북한 목함지뢰보다 살상력이 35배 정도 높다”며 “무게 60㎏의 하중을 받으면 폭발하는데, 예전까지만 해도 경전차용으로 많이 사용됐던 지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가정집 등 인적과 가까운 곳에서도 이렇게 지뢰가 발견되는데 정부는 무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지뢰제거연구소와 함께 민통선 해제지역에서 지뢰를 탐지한 결과, M14 대인지뢰로 추정되는 지뢰 파편, M7A2 경전차 지뢰가 잇따라 발견됐다. 또 탄피도 곳곳에 묻혀 있었다. 탐지는 논과 밭, 산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인근 논 주인인 L씨(72)는 “6·25전쟁 이후 줄곧 50년을 넘게 살았는데, 인근 산과 개울이 지뢰 천지여서 지뢰로 다리가 절단되거나 목숨을 잃은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여전히 논과 밭에 지뢰가 있지만 하소연할 곳 조차 없어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이기는 한 건지 깊은 회의가 든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은 “정부가 매설된 지뢰에 대해 아무런 대책 없이 민통선을 해제하면서 논·밭에 여전히 지뢰가 묻혀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하는 것이라면 정부가 이제라도 나서서 지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요섭안영국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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