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 닫힌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 “욕설에 수모” 시민들 “사생활 침해” 양측 모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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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 방문 면접조사가 실시된 2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가정을 방문한 조사원이 거주자를 만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형민기자
5년 만에 시행되는 ‘2015 인구주택총조사’ 방문 면접조사 시행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조사원들은 시민의 비협조적인 반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시민들은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는 등 불만이 엇갈리고 있다.

 

2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A아파트(602세대)를 맡은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 A씨(45·여)는 현관문을 두드리며 연신 ‘문 좀 열어달라’며 읍소했다. 

조사원은 자신의 목에 걸린 조사요원증을 보여주면서 주민을 안심시키려 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믿을 수 없다’였다. 결국 이날 A씨는 총 15가구 중 2가구(13.3%)에서만 조사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은 ‘꺼져’ 등의 욕을 하는가 하면 속옷 차림으로 조사원을 맞는 당황스런 상황도 발생했다. A씨는 “일당 4만원을 벌겠다고 이러한 수모까지 당해야 하느냐”며 “수원 한 주민센터에서 조사원 교육을 받은 18명 중 5명이 일한 지 하루만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상당수 주민은 이번 조사가 사생활을 침해하는 문구가 많다며 반발했다. 학력, 직업 등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뿐 아니라 죽은 자녀 여부, 이혼 여부 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까지 질문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 주민은 조사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주민 L씨(35·여)는 “건강보험 기록만 해도 다 나오는 정보를 굳이 이렇게 하나하나 다 묻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통계청 관계자는 “답변 내용은 통계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항목마다 국가 정책 수립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방문하는 조사원에게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조사에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조사는 과거와 달리 전체 20%인 약 400만 표본가구 가량만 조사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바뀌었다. 방문면접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인터넷 조사에 응하지 않은 가구에 한해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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