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실생활에 혁신을 가져오는 게 과학기술입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 생활에 다양하게 살아 숨 쉬는 겁니다.”
몇 개월 전 종영한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는 더는 드라마에서만 구현 가능한 소재가 아니다.
박태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58ㆍ서울대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이 다양한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바이오 전자코를 개발해 국내외 학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것.
이미 고감도 ‘바이오 전자코, 전자혀’ 개발로 십수 년 전에 바이오센서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에 오른 그는 연구에 지속적으로 몰두해 사람처럼 정확하게 냄새의 종류를 구분해내는 전자코를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레터스’ 10월호에 실렸다.
박 원장이 권오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ㆍ송현석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팀 등과 함께 개발한 바이오 전자코는 사람이 냄새를 맡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는 “냄새를 인지하려면 우리 콧속에 들어 있는 후각 수용체가 필요한데, 이 후각 수용체를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것과 똑같게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만든 후각 수용체를 센서 부품으로 사용해 제작한 것이 바로 ‘바이오 전자 코’”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코에는 400여 개의 후각 인지 소자가 있는데, 소자의 DNA에 들어 있는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똑같은 소자를 생성해 대량으로 만들어내고서 이를 전자회로로 결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마약 탐지뿐만 아니라 응급구조, 질병진단 등 산업ㆍ의학계에 걸쳐 폭넓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장은 “이미 시각은 사진기, 청각은 녹음기, 촉각은 스마트폰의 터치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지만, 미각과 후각은 대체재가 없다는 생각에 바이오 전자코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최종 목표는 400여 개의 후각 수용체를 만들어 냄새 분자가 결합하는 표식을 해 QR 코드처럼 냄새를 시각화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이를 표준 시스템으로 체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융합기술 연구에 대한 의지도 비친 박 원장은 “현재 빅데이터와 사물 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등을 활용해 제2판교를 스마트시티로 구현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면서 “소규모 시범단지로 지정해 다양한 융합 기술을 공급하면 지역 경제와 사회발전은 물론 세계를 리드하는 경기도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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