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미술관장 없는 ‘SIMA’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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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 시작했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SIMA)이 지난달 8일 화려하게 공식 개관했다. 

염태영 시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시립미술관이 드디어 수원에도 생긴 것이다. 명칭을 놓고 워낙 말도 많았던 미술관이지만 일단 개관한 뒤 지역작가들 중심의 개관전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미술관은 개관했지만, 미술관 지휘자격인 관장 자리는 공석이다. 물론 전시감독 등 실무자들이 있어 개관전과 후속 전시 등이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지만, 미술관이 생겼는데 관장이 없다는 것에 대해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관장 공석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특정인이 이미 내정됐는데 그 사람 사정에 맞춰 공모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정치적 이용 목적으로 일찍 개관하다 보니 관장이 없는 것 아니냐?, 현대산업개발 개입설? 등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다.

 

시는 미술관 직제를 마련하지 못해 관장 공모는 조례 제정 뒤 해야한다고 밝혔다. 조례를 제정하려면 수개월의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관장 공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이 어제오늘 확정된 것은 아니다. 수년 동안 진행된 300억원의 시 핵심사업 중의 하나다. 그런데 미술관장 자리에 대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제주 등 일부 지역 뮤지엄들이 관장 없이 개관했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지만 바람직한 조직 운영은 아니다. 물론 관장이 없다고 미술관이 멈춰서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술관 운영과 전시, 소장품 확보 등 큰 그림을 그릴 미술분야 전문가 관장이 존재해야 미술관을 대표할 것 아닌가. 당장 내년 예산 등에 미술관에 필요한 예산 확보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혹시 뒤늦게 올 미술관장은 자기가 주문하지 않은 밥상 앞에서 반찬이 없다며 반찬 투정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해법은 하나. 하루빨리 관장을 선임하는 것뿐이다. 그래야 주변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제대로된 미술관을 운영할 수 있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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