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치매 특화 진료 제2도약 준비 ‘착착’
300병상을 갖춘 신축병원을 건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천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이자 가장 큰 병원으로서 마냥 신나게 기다릴 수 만은 없다. ‘지역 거점 공공 의료원’으로서 민간병원들이 수익 문제로 해결하지 못하는 의료 수요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하드웨어(건물과 의료 시설 등)가 완전히 갖춰지기 전부터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일부 공공 의료원들이 대규모 건물과 시설을 자랑하며 문을 열었다가 그에 맞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비난 받았던 ‘촌극’을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국적으로 신축을 앞둔 공공 의료원들에게 롤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공공 의료원 아니다… 지역 특유의 의료 상황 존재
이천 의료원은 이천시 전 지역과 인접한 여주군과 광주시 등을 대상으로 한 지역 거점 병원이다. 이천시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21만908명으로 이 중 노인인구는 12%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2천948명으로 전체인구대비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천 의료원은 이천시에 유일한 종합병원으로, 지역 내 병원 2개소(351병상) 중 125병상(35.6%)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역 내 의원 중 대부분이 정형외과와 내과 등을 개설 운영중이며 이천 의료원처럼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없는 형편이다.
이처럼 ‘형님’격에 해당하는 이천 의료원은 많은 지역민이 찾고 있다. 실제로 병상 가동율은 2012~2014년 3개년 분석 결과 매년 평균 85% 이상을 기록하며 지역 특유의 의료 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2012년에는 91.10%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지역 의료 수요를 반영해 병원 신축에 앞서 ‘응급의료센터’를 개소, 중증 환자를 적극 돌보고 있다. 기존에는 이천 시청을 중심으로 서울시까지 50km, 수원시까지 40km 거리에 위치해 중증 환자들이 곧바로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이천 의료원이 응급의료센터의 문을 연 직후인 2014년 7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타 병원에서 전원한 환자만 665명에 달하는 등 이천과 여주, 양평 등 경기 동남부 응급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또 환자 가족의 교통비와 체류비 등으로 인한 의료비와 타 지역으로의 세수 유출 등의 경제적 손실을 막고 인근 지자체의 응급환자를 확보하는 일거양득을 거두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1시간 거리에 대학병원들이 있기 때문에 정작 이천시에는 의료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풍요 속 빈곤’을 겪고 있다”면서 “그나마 지난해 응급의료센터를 개소하는 등 300병상 신축 병원 건립에 앞서 일단 ‘기능’을 부여받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진료과 신설 등 서비스 강화… 2년 후를 준비
이천 의료원은 지난 2일 제 2 신경과를 개설하고 치매와 뇌졸증 관련 진료 특화에 적극 나섰다. 점차 늘어나는 노인 인구, 비례 증가하는 만성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함이다.
신축병원에서는 심장내과를 중심으로 최근 증가하는 고혈압과 당뇨 등 심혈관 질환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심혈관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2~3년 전부터 인근 대학병원과 심내혈관 진료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치매관리센터를 운영해 급속한 고령화로 발생하는 치매와 같은 뇌혈관질환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치매처럼 부가가치가 낮아 민간 병원이 관심 없는 진료과를 미리 개설하는 등 체계적으로 치매관리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계획은 한편으론 이천 병원이 추구하는 공공 의료원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단계다. 만성 질환에 대한 예방 활동이 해당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지급 보험료가 적어지고 그만큼의 세금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성공적 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같은 맥락에서 민간병원이 수익성때문에 제공하기 어려운 포괄적ㆍ지속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메르스처럼 신종 염병이 출연했을 경우 감염병동과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역할을 자처하고, 재활 및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년 후를 준비하는 것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직원과 간부 가릴 것 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병원 신축 전 응급 상황을 설정해 예행연습을 하는 등의 점검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화상 진료’와 같은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의료 서비스도 추가 확대할 예정이다. 이천 의료원은 매월 1회 인근에 위치한 여주 교도소의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화상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교도소 내 의료진과 이천 의료원의 의료진들이 함께 한 재소자의 상태를 문진하고 치료 방향을 논의한 협진 시스템이다. 재소자들이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이동에 소요되는 안전 문제와 비용 등 우려되는 각종 문제와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무엇보다 신축 병원 개소와 함께 누구나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고급 상품(의료서비스)’를 내놔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로 앞으로 2년 동안 의료원 직원들의 마음가짐부터 각종 의료서비스까지 꼼꼼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과도한 적자는 도덕성의 문제… 재정자립도 높여 고급서비스 제공”
이문형 이천병원장은 공공의료원계 ‘베테랑’이다. 1988년 강원도 원주 의료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년 이상 줄곧 공공의료계에 투신(投身)했다. 이천 의료원만 해도 올해로 7년째 근무 중이다. 흔히 말하는 공공의료원의 ‘착한 적자’를 옹호할 것 같았다. 그러나 ‘착한 적자’ 논리를 비판했다.
“일단 공공의료기관이 사람들에게 짐이 되어선 안된다. 세금 낸 사람, 투자를 결정한 사람들이 ‘해줄만 하다’는 인식을 형성해야만 재투자와 고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된다. 투자 감가상각비와 적정 수준의 인건비를 벗어난 적자는 도덕성의 문제다. 적자의 폭을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정도로 낮추고 재정자립도를 높여야만 한다.”
이와 함께 공공의료기관의 존재 이유와 중요한 기능을 강조했다. 단순히 의료 소외 계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아니다. 일명 ‘저수지 이론’이다.
“공공의료기관이 의료 소외 계층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 수행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은 것으로 인식시켜선 안된다.
특정 계층이 아닌 다계층이 찾는 공공 의료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춘 상태여야만 적정 수가의 진료비용을 책정했을 때 민간 병원들이 함부로 부당하게 진료비를 높이지 않는 표준진료로서 기능(역할)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이 ‘적정 수준의 의료비 책정’ 기준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이 원장은 “국민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공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장비가 당대 최고 수준인 것을 기억해 민간병원과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공의료기관의 혁신을 주장하는 이 원장이 준비하는 2018년 병원 신축과 그 이후가 기대된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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