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서 만나는 ‘별천지’
경기관광공사 제공
아트밸리에서 그가 찾은 곳은 천문과학관. 그런데 남자는 전시실의 어떤 그림 앞에 다다르자 머릿속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그림은 복잡 오묘한 밤하늘의 별자리였다.
600여년 전, 태조 이성계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서운관(書雲觀)에 명을 내려 새로운 조선의 하늘을 단단하고 커다란 돌판에 새겨 널리 알리도록 했다.
서운관 판관이었던 ‘이 남자’는 밤하늘처럼 새까맣고 단단하고 질 좋은 오석(烏石)을 찾아 그 돌에 ‘조선의 하늘’을 새겼다. 돌판에 1천467개의 별을 담았다. 한양의 위도에 맞춘 조선의 하늘을 새로이 그렸으니 바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다.
그 남자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에게 “우리 전통 별자리란다. 왕과 왕비, 궁녀를 상징하는 별자리 뿐만 아니라 왕의 침실과 물시계 담당자를 상징하는 별까지 있단다”고 말해주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제작 직분을 맡아 밤마다 먹과 벼루를 곁에 두고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던 서운관 판관 시절이 기억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창밖은 600년 전 밤하늘 처럼 깜깜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밤하늘에서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윙크하 듯 깜빡이고 있었다(경기관광공사 제공자료).
포천 아트밸리 천문과학관은 천주산 자락에 위치한 경기 북부 유일의 시립 천문과학관이다. 포천의 하늘과 천주산의 별빛을 테마로 만들어졌다. 세 개의 전시실과 옥상의 천체관측실 그리고 천체투영실을 갖추고 있다. 전시물은 만지고 누르며 체험할 수 있고 천문학을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됐다. 아트밸리 천문과학관에는 전시실과 더불어 천체관측실에서의 관찰이 핵심이다.
낮에는 흑점, 홍염 등 태양관측을 하고 밤에는 행성, 달, 성단 등 천체관측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천체투영실과 연계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천체투영실 예약자에 한해 천체투영실 관람 후 천체관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녁시간 천체투영실 상영시간은 저녁 8시와 9시이며 저녁 7시부터 1층 로비에서 무료입장권을 수령하면 된다.
인근에는 볼거리도 풍부하다.
우선 소흘읍에 위치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더 파크 아프리카 뮤지엄). 아프리카 대륙 30여개 나라 150여 부족에서 수집한 3천여 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아프리카의 문화와 예술’, ‘아프리카인의 일상과 생활’ 등을 주제로 한 전시물과 더불어 ‘신나는 축제’, ‘꿈나무 분교’ 등 동물들을 상황별로 전시해 놓았다. 야외조각공원에도 다양한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 인종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쇼나족들에 의해 작성된 석조각들로 풍부한 느낌을 준다. 또 궁예가 축성했다고 전해지는 포천의 ‘반월성지’도 볼만하다. 축석령에서 시작된 고교천이 남에서 북으로 흘러가는 분지 가운데 자리 잡은 반월성지는 동서남북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산성의 형태가 마치 반달과 같다고 해서 반월산성이라 부른다.
운악산 밑에 자리한 전통술 갤러리 ‘산사원’은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전통 술 박물관으로 잊혀져가는 전통술을 보전·재현하고 있다. 산사정원에는 부안당, 우곡루 등 한옥과 세월랑, 유상곡수, 산책로가 고즈넉하다. 세월랑에는 400여개의 항아리 속에서 세월과 함께 익어가는 술이 인상적이고 산사춘의 원료가 되는 200년 된 산사 나무도 만날 수 있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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