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타니 괴물투에 속수무책 9년만에 0대5 완봉패 수모
7년째 김광현에만 의존 ‘안일’
한국 야구대표팀이 지난 8일 일본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개막전인 일본과 조별예선 B조 첫 경기에서 전력 차를 실감하며 0대5로 완패했다. 한국이 일본에 완봉패를 당한 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0대6 패배 후 9년 만이다.
한국은 이전까지 일본과 경기에서 뛰어난 집중력과 투혼을 발휘하곤 했다. 프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한 1998년 이후 일본과 상대전적에서도 19승20패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이날은 모든 면에서 일본에 뒤졌다. 일본은 일찌감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가 한국과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갈 것이라 예고했다. 그러나 160㎞를 넘나드는 공은 알고도 치기 어려웠다.
게다가 오타니-시마 모토히로 배터리는 낮은 포크볼로 카운트를 잡고, 높게 형성되는 빠른 직구를 결정구로 사용하는 변칙 볼 배합으로 한국 타선을 요리했다. 그동안 일본전에서 보기 쉽지 않았던 볼 배합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이는 일본야구가 얼마나 진화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면 ‘일본 킬러’로 통하는 한국 선발 김광현(SK)은 일본 타선에 철저히 공략당했다. 일본 타자들은 커브와 슬라이더는 거르고, 위력이 떨어진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쳐냈다. 3회를 마치기도 전에 김광현의 투구 수는 이미 70개에 달했다. 일본의 준비가 없었다면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결국 김광현은 2.2이닝 만에 5피안타 2실점으로 조기강판 당했다.
이번 결과는 ‘예고된 참패’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광현에게 눌려 노메달의 치욕을 당했다. 이후 김광현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고, 그 결과 2009년 WBC 1라운드에서 1.1이닝 만에 그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6년이 흐른 이날 또 한 번 김광현을 조기에 강판시켰다.
한국이 7년째 김광현을 내세우고 있을 때 일본은 마쓰자카 다이스케-다르빗슈 유 등으로 이어져 온 ‘사무라이 재팬’ 브랜드 대표 주자 이미지를 오타니에게 자연스럽게 갈아입혔다. 야구 강국의 위치를 굳건히 한 일본이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세대교체를 진행해왔던 것이다. 이날 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닌 7년째 제자리 걸음 중인 한국 야구와 진화하고 있는 일본 야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참패’였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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