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지도 3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나무재선충병은 매년 재발과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지난해 11월 재선충병 완전방제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2015년을 완전방제 원년으로 삼아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완전한 방제는 요원한 실정이다.
■ 소나무재선충병도 인재(人災)
소나무재선충병은 매개충을 통해 감염되지만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자체 이동능력은 미약하다. 주로 100m 이내에서 움직인다. 다만, 태풍 등으로 인해 최고 3~4㎞까지 이동가능하다.
하지만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경로를 보면 수십, 수백㎞가 떨어진 곳에서도 감염이 되는게 다반사다. 주로 차량, 선박에 의한 이동때문인데, 결국 사람이 문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예찰은 소나무숲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수출입항구, 목재집재장소, 제재소, 토목공사 현장, 녹지공간, 톨게이트도 요주의 예찰장소다.
국내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제10조 소나무류 이동제한을 통해 사람에 의한 확산을 막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소나무류를 이동시킬 때는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재선충병 감염여부 검사뒤 미감염이 확인됐을 때만 확인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처리기간이 15일가량 걸려 무단반출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 ‘관심’과 ‘의지’의 문제
현재 사용 중인 재선충병 방제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인식부족 등의 문제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소각’은 죽은 나무를 베어 넓은 공터에 쌓은 다음 직경 2㎝ 정도의 잔가지까지 모두 태우는 방법이다. 하지만 산불 때문에 가능한 시기가 극히 제한적이며 임지에서 태울 경우 열해목이 발생할 수 있다.
‘훈증’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고사나무를 베어 1~2m 크기로 쌓은 뒤 나무위에 메탐소디움이라는 약품의 원액을 뿌린 뒤 비닐을 씌워 밀봉한다. 이 약제가 나무속 수분과 만나면서 가스가 발생, 매개충과 재선충을 죽인다. 하지만 한개 방제단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작업량이 4~5개 정도로 많지 않다.
처리장소가 등산로와 가까울 경우 등산객들이 구멍을 내면 가스가 샐 수도 있는 등 사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또 6개월 후 끌어내려 파쇄·소각을 해야 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장기간 방치하면서 재발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항공방제’는 헬기에서 약제를 살포해 매개충을 죽이는 방법이다. 약효는 보름 정도 유지된다.
지난해부터 횟수를 확대하고 있는데 소나무만 골라서 살포할 수 없는 만큼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으며 양봉업자나 농민들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한다.
‘지상방제’는 주택가나 고압선로 주변 등 항공방제가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고압분무기나 광역살포기를 이용해 약제를 살포한다.
‘나무주사’는 피해지역이나 확산 우려지역에서 예방차원으로 실시된다.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 및 조경수에도 나무주사가 쓰인다. 나무에 구멍을 내고 약제 주입기로 주입한다. 약제를 나무 반경 1m 토양에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5~8월 매개충 우화시기에는 주로 항공·지상방제가 이뤄진다.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는 피해목에 대해 훈증, 소각, 파쇄 등이 이뤄지며 예방차원에서 12~2월 나무주사를 놓는다.
이동운 경북대 생태환경관광학부 교수는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은 대부분 힘든 환경조건에서 육체적 피로가 따르는 노동이고 그만큼 빈틈없이 방제하기가 어렵다”며 “또 구제역이 발생하면 모든 축산농가가 비상태세를 갖추지만 소나무재선충이 만연하고 있는 지역에서조차 자기 산의 소나무를 걱정하는 산주가 별로 없을 정도로 관심이 부족하다.
결국 소나무재선충병은 ‘관심’과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예리기자
포항시산림조합에서는…
감염목 훈증처리 재활용… 청정 바이오연료 ‘목재 펠릿’ 아시나요!
국내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는 대부분 벌채해 훈증처리한 뒤 버려지지만 이를 다시 재활용해 연료로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 포항시산림조합이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위치한 포항시산림조합펠릿공장에서는 포항지역 내 훈증처리가 끝난 감염목을 목재펠릿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목재펠릿이란 산림에서 생산된 목재나 제재소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톱밥으로 분쇄한 다음,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압축해 일정한 크기로 생산한 ‘청정 바이오연료’를 말한다.
나무 1.2㎥당 1t가량의 펠릿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펠릿은 연간 1만1천t에 이르고 있다. 펠릿은 20㎏당 6천800원에 판매된다.
나무 운반과 처리, 파쇄에 들어가는 비용은 조합에서 부담하고 있다. 그만큼 지자체 예산 절감효과도 있다.
하지만 일부 산주들은 재선충병에 대한 피해를 입고도 아무 보상도 받을 수 없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백영식 포항시 산림조합상임이사는 “구제역 피해농가에 보상비를 주듯이 이제 소나무재선충병도 민간 소유의 피해를 조사해 산주들에게 목재 가격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며 “나아가 기업에게서 탄소세를 걷어 조림에 쓰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일보 뉴스 댓글은 이용자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건전한 여론 형성과 원활한 이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사항은 삭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경기일보 댓글 삭제 기준
1. 기사 내용이나 주제와 무관한 글
2. 특정 기관이나 상품을 광고·홍보하기 위한 글
3. 불량한, 또는 저속한 언어를 사용한 글
4. 타인에 대한 모욕, 비방, 비난 등이 포함된 글
5. 읽는 이로 하여금 수치심, 공포감,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글
6. 타인을 사칭하거나 아이디 도용, 차용 등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침해한 글
위의 내용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불법적인 내용이거나 공익에 반하는 경우,
작성자의 동의없이 선 삭제조치 됩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