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주변 지뢰지도 만들자] 5. 인생이 바뀐 폭발 피해자

국가적 보상도 없이… 하루하루 사는 게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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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78년 임진강 근처에서 지뢰 사고로 발목이 절단된 임덕성씨(54)가 의족을 만지며 사고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평생을 불구로 살아가야 한다는 아픔과 고통을 아십니까?”

 

지난 1978년 5월 오후 파주 임진강변. 산 소리로 가득했던 이곳에 정적을 깨뜨리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쾅’하는 소리에 수초간 대지가 흔들렸다. 지뢰 폭발이었다. 불과 14살에 불과했던 지뢰 폭발 피해자 임덕성씨(54)는 그날의 기억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 이웃 주민과 함께 임진강에 고기를 잡으러 가던 임씨는 야산에 들어갔고, 이윽고 강줄기를 발견했다. 일행은 강을 향해 서둘러 들어갈 채비를 했다. 덩달아 신이 난 그는 강둑에 짐을 풀고 물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폭발음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이미 인근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는 담당 의사로부터 오른발 일부를 절단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고, ‘수술은 성공리에 됐다’는 얘기를 담당 의사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해만 갔고, 입장을 바꾼 담당 의사는 ‘절단을 했지만, 생각보다 괴사한 부위가 많다’며 2차 수술을 권했다. 통증이 극에 달하자 결국 2차 수술까지 받았다.

 

그렇게 38년이 지났다. 임씨는 사고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한다. 임씨는 “어릴 적부터 뛰어놀던 곳에서 이런 끔찍한 일을 겪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면서 “이렇게 평생 고통을 겪으며 살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때 이후 지뢰피해자들을 모아 연천군에 피해보상을 신청했는데,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임씨처럼 민통선 주변에서 지뢰 폭발로 인한 피해자가 잇따르자 군 당국은 올해 4월이 돼서야 지뢰 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뢰 피해자 지원법)을 마련했다. 국가에서 수십년간 외면했던 임씨 같은 지뢰 폭발 피해자가 이제는 위로금 등을 지급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까지 240여명의 지뢰 피해자가 신청을 했고 계속해서 신청인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로금 등의 지급 산정 기준이, 사고를 당했던 시기의 월평균 임금으로 산정되면서 정작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은 적게는 수십만원에 불과, 정부의 보상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뢰 피해자 지원법에 따르면 부양가족이 있는 31세 민간인이 지뢰 등으로 사망했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위로금은 1953년 63만3천원, 1972년 933만9천원, 2012년 3억4천494만원으로 1953년 피해자와 2012년 피해자간의 위로금이 무려 512배 가량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지뢰 피해자 지원법 4조에 따라 위로금이 산정되고 있지만, 금액이 낮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피해자들이 많다”라면서 “지뢰로 고통받았을 피해자들이 예우와 위로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명관안영국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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