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잃는 교차로, 갈 길 잃은 경기도

없어진 관공서 명칭 등 그대로 사용
다른곳과 중복된 경우도… 혼선 초래
“시대 변화 반영 못하는 행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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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청가는 길은? 9일 수원 북문터미널 사거리, 구터미널 삼거리와 도청 사거리,도청 오거리 등 사거리와 교차로에 없어진 건물명이나 지어지지 않은 관공서 건물명이 사용되면서 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전형민기자
경기도내 곳곳 사거리와 교차로 이름에 이미 십수년 전 없어진 건물이나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관공서 명칭이 사용되면서 행정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 지자체 내 다른 곳과 중복된 명칭의 교차로가 있는가 하면 대표성이 떨어지는 주유소명을 사거리명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어 주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9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시 장안구 거북시장 주변 ‘북문터미널 사거리’. 주변에 장안문과 거북시장, D아울렛 등 지역 주민들에게 익숙한 건물과 시장 등이 있음에도, 오래 전 사라진 터미널이 아직도 사거리명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거북시장 상인 A씨는 “주변에 있지도 않은 터미널을 사거리 이름으로 사용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거북시장이나 장안문 등을 사거리명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같은날 정오께 수원시 팔달구 ‘구터미널 삼거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로, 이미 지난 2000년 없어진 터미널을 삼거리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 인근의 한 사거리는 주변 주유소의 명칭을 딴 ‘B주유소 사거리’로 돼 있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안산시 단원구의 한 버스정류장은 지난달 초 ‘초지시장’에서 ‘시민시장입구’로 이름을 바꿨지만, 10여개 노선 가운데 일부 버스의 안내방송은 여전히 초지시장으로 나오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안산에 사는 C씨는 “정류장 이름과 안내 방송이 다르다는 점을 뒤늦게 알고, 목적지를 지나서야 내리게 됐다”며 불평했다. 안산시는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달 21일 여객회사 측에 이를 수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밖에 수원시 영통구의 경기도청 이전 예정부지 주변에는 아직 지어지지도 않은 관공서의 이름을 딴 도청사거리가 새로 만들어져 현재 도청 앞에 있는 도청오거리(수원시 팔달구)와 혼선을 빚고 있다.

 

이처럼 도내 곳곳의 사거리와 교차로가 구시대적인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는 명칭 변경이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명칭을 바꾸려면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경우가 많아 합의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미 없어진 건물의 이름을 사용하는 곳에 대해서는 변경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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