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는 익숙해도 ‘가래떡데이’는 생소하다. 11월 11일은 1자 네 개가 솟아있다. 1 네 개가 빼빼로 모양을 닮았다고 해 붙여졌다. 빼빼로 제조회사인 롯데제과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면서 ‘빼빼로데이’가 무슨 기념일인양 번졌다. 2015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빼빼로데이 다음날인 12일이기 때문에 수능특수까지 겹쳐 매출은 더욱 오를 것이라는게 업계의 예측이다.
이날이 농업인의 날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농림식품부는 지난 1996년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했다. 11일이 벼 모양과 닮아 정해진 것이다. 국가는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해놓고도 빼빼로데이에 밀려 그 의미를 찾지 못하던중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가래떡데이’로 바꿨지만 빼빼로데이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업계는 이미 빼빼로데이 특판코너를 운영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능특수를 감안해 일찌감치 판을 연 업계는 지난해보다 10~20% 판매량을 늘려잡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추진하는 ‘가래떡데이’를 알리는 홍보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에서도 가래떡데이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아도는 쌀이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식습관 변화 등으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재고가 급증, 정부가 처리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 쌀 재고는 무려 2천만명이 한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올해 벼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2% 줄었지만 날씨가 좋고 병충해·태풍 등의 피해가 없어 단위면적(10a)당 생산량이 520㎏에서 533㎏로 2.5% 늘어 올해 역시 풍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11일 ‘2015 가래떡데이’ 행사를 연다. 농식품부는 수확기 직후 햅쌀로 만든 가래떡을 나누며 한 해 동안 고생한 농업인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자는 취지에서 제정한 날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에서 어린이 오색 가래떡 뽑기 퍼포먼스, 가래떡 요리 시연, 한석봉 어머니 찾기 대회, 어쿠스틱 국악 공연이 열린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가래떡·조청 세트를 나눠준다. 11월 11일을 의미하는 풍선 1천111개를 하늘에 띄우는 등 볼거리도 마련된다.
빼빼로데이에 밀려있는 가래떡데이를 살려야 한다. 일부지역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행사로 펼쳐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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