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 가운데 14곳이 예고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음에 따라 내년 어린이집 보육대란 현실화의 가능성이 커졌다. 많은 학부모가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갈아타기 할 가능성도 높아져 유치원 입학전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누리과정 예산 1조559억원 가운데 유치원 5천100억원만 반영하고 어린이집 예산 5천459억원은 미편성 했다. 인천시교육청도 어린이집 예산 1천257억원을 편성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시ㆍ도교육감 협의 결과 내년 세입 규모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마련이 도저히 불가능했다”며 “정부가 법적 문제와 예산지원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이미 수차례 예산 미편성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교육청과 교육부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으로 그 피해는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어린이집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싸우지말고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지원이 중단되면 자녀를 유치원으로 옮길 수 밖에 없어 가뜩이나 좁은 내년도 유치원 입학문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시ㆍ도교육청의 싸움이 올해도 반복되면서 ‘보육대란’이 연례행사처럼 돼버렸다. 지난해엔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올해는 사정이 심각하다. 교육부는 5월 지방재정법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지원은 교육감 의무’라고 못박아 버렸다. 이에 17개 시ㆍ도교육감들은 진보ㆍ보수를 떠나 “현실적으로 시ㆍ도교육청 재원으로는 누리과정 예산을 마련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그런 만큼 교육청 예산이 아니라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는게 맞다. 정부는 매년 수혜대상이 급격히 늘어 예산규모가 불어나자 발을 빼고 있다. 법까지 바꿔가며 시ㆍ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는 교육청들은 여력이 없다. 특별교부금을 무기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압박해선 안된다.
정부는 시ㆍ도교육청과 머리를 맞대고 재원 충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어린이집 보육비는 학부모 부담이 된다. 애꿎은 학부모들이 고통 당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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