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연휴를 맞아 수원 광교산을 찾았다…산 정상 시루봉(해발 582m)에는 광교산의 유래가 수원성곽 모양의 석물에 상세하게 안내돼 있어 유익하다고 느꼈는데, 뜻밖에도 한쪽 옆에 새로이 설치된 듯한 수원시의 행정구역 관내도가 있었다. 광교산은 수원시를 비롯해 용인시 등에 두루 걸쳐 있어 주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등산로인데 수원시의 행정구역 관내도를 해발 582m의 등산로 정상에 설치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2002년 9월 24일자 모 언론에 실린 독자 최모씨의 투고다. ▶광교산은 수원 용인 의왕을 품고 있다. 수려한 경관과 맑은 계곡물이 압권이다. 도심과 가깝다 보니 찾는 등산객들도 많다. ㎢당 등산객이 591명에 달한다.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북한산(175명/㎢)보다 3.4배나 많다. 그 정상 582m에 시루봉이 있다. 수원시민, 용인시민, 의왕시민이 함께 만나는 곳이다. 2002년 그 정상 부근에 수원 행정구역 관내도가 세워졌다. 도심을 탈출해 온 등산객들에 나타난 또 다른 도심 흔적이었다. 투고를 한 독자의 눈에 어지간히 밝혔던 모양이다. 지금은 없다. ▶그 정상에 이번에는 용인시가 깃발(?)을 꽂았다. 지난 7월 등산로 정비 사업이 이뤄졌다. 낙석 위험이 상존했던 수리봉(565m) 주변이 깔끔히 정비됐다. 경사가 급했던 주변 등산로도 목재 계단으로 다듬어졌다. 이때 시루봉에서도 공사가 이뤄졌다. 목재 데크를 깔아 바닥 훼손을 방지했다. 흙이 패여 나가고 바위가 닳아가던 정상이 아름답게 정비됐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용인시의 상징마크가 2개나 등장했다. ‘사람들의 용인, 용인시’. ▶‘시루봉이 용인이었어?’ 적지 않은 등산객들이 말한다. 주로 수원 쪽 등산객들이다. 이들에게 광교산은 수원의 상징이었고, 시루봉은 그 광교산의 상징이었다. 수년 또는 수십년간 그렇게 알고 지냈다. 그들 앞에 갑자기 ‘사람들의 용인, 용인시’가 나타난 것이다. 시루봉의 행정구역은 용인시다. 어찌 보면 용인시에게 시루봉은 수십년간 잃어버렸던 영토(?)였을 수 있다. 그 영토를 회복하는 효과로 이번 푯말 설치만한 작업도 없을 것이다. ▶다만, 등산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별개다. 13년 전 그 독자였다면 뭐라고 했을까. 혹시 ‘582m 정상에 행정구역 표시가 꼭 필요합니까’라고 쓰지 않았을까. 용인시는 지금 영토 전쟁 중이다. 정수장 문제로 평택과 싸우고, 광교 개발금 문제로 수원과 힘겨루더니 급기야 시루봉 꼭대기까지 밀고 올라갔다. 그 중심에 정찬민 시장이 있을 텐데…. 이러다가 ‘광개토시장’이라 불리는 건 아닐지.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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