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협정문 열어봤더니…
한국은 불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정문이 최근 공개된 가운데 TPP 참여에 대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협정문상 자동차 등 민감한 분야에 대해 보수적 규정이 적용됨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의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호주 등 12개국이 지난 10월 TPP를 체결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산 제품이 관세철폐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에서 앞설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실제 협정문을 보면 TPP 참여국들은 공산품 분야에서 높은 관세철폐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베트남, 브루나이 등 7개국은 모든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다.
그러나 업계의 우려와 달리 일본과 캐나다, 호주, 멕시코, 페루 등 5개국은 일부 품목을 관세철폐에서 제외하면서 완전한 개방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 자동차ㆍ자동차부품 업종의 경우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민감성을 이유로 관세철폐에 매우 보수적으로 나서며 한숨 돌리게 됐다. 일본차에 대한 관세철폐는 25년, 베어링ㆍ섀시 등 주요 자동차 부품은 10년 이상의 장기 철폐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한ㆍ미 FTA에
해 관세철폐 기간(5년)이 더욱 긴 것으로, 미국 수출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일본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정부분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TPP로 인한 국내경제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TPP 조기 참여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TPP 참여국 대다수와 FTA를 맺고 있어 TPP 참여는 사실상 ‘한ㆍ일 FTA’ 체결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TPP 체결국의 비준까지도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란 예상도 신중론에 힘을 더한다.
박지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내년 초 TPP협정이 정식 서명되더라도 비준까지는 2년여가 더 걸릴 전망”이라며 “협정문을 통해 보듯 관세양허와 원산지 규정이 매우 복잡하고 12개국의 양허 형태가 모두 상이한 만큼 보다 면밀하고 주의 깊은 검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TPP에 참여하더라도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등 선행 과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유무역기조가 강화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TPP 참여는 필연적이지만 TPP 체결이 가져올 경제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며 “충분한 여유를 갖고 경제 고도화를 위한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향후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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