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 소나무 재선충병 현장을 가다] 3. 유럽서 첫 습격당한 포르투갈

외국서도 못 막은 재앙… 칼 빼든 산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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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코임브라 소나무숲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최초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견된 곳이다. 

지난 1999년 수도 리스본에서 한시간 거리인 항구도시 세투발에서였다. 유전자 분석 결과 중국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항구를 통한 목재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감염목이 확인되자 유럽연합(EU)은 이듬해인 2000년부터 피해목 제거, 나무 주사 등의 방제 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지만 미흡한 초기대처로 전국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 지역 산주들이 재선충병 방제 담당

포르투갈 정부에서는 최초 발생 이후 2000년 재선충 대응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가동, 발생지역 반경 3㎞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했다. 하지만 8년 후 다시 재선충병이 재발했고 이는 곧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에 포르투갈산림협회(FNAPF·National Federation of Forest Owners Association)가 재선충병 방제에 전면으로 나서게 된다. 2008년 설립된 포르투갈산림협회는 지역 산주들이 결성한 비영리단체로 1만5천여명의 산주들이 가입돼 있다.

 

2010년 포르투갈 정부가 정식으로 재선충병 관리 내셔널 플랜을 통해 재선충 방제 계획을 수립, 협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별 예찰과 파쇄, 유인트랩 설치 등 방제를 담당했지만 2013년부터는 산림협회가 전적으로 이를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포르투갈이 2011년 IMF 구제금융 체제하에 돌입하면서 재선충병 방제예산 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산림협회는 각 지역별로 현재까지 직접 EU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아 방제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관리하는 면적만 70만㏊에 이른다.

 

정부에서 직접 관여하는 것은 스페인 국경지대 20㎞뿐이다. EU에서 이 지역은 청정지역으로 보호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으로 다른 나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만 하고 있는 것이다.

 

포르투갈산림협회 바스코 데 캄포스(Vasco de Compos) 회장은 “소나무재선충병은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너무나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소나무재선충병은 계속 번지고 있는데 예산 때문에 방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협회에서 정부와 EU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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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낸 나뭇가지를 파쇄하고 있는 모습

■ 코임브라에서는 방제작업과 함께 대체수종 식재 활발

지난 9월 찾은 포르투갈 중서부의 코임브라. 소나무숲에 들어서자 이 지역 산림협회 ‘카울(CAULE)’의 인부들이 방제작업에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은 감염목을 찾아내 나무 둘레를 따라 하얀 선을 그어 표시를 하고 있었다. 산주는 이렇게 마킹한 날부터 15일 안에 해당 나무를 베어내야 하는 것이 규정이다.

 

인근에서는 파쇄 작업도 진행 중이었다. 전기톱으로 고사목의 밑둥을 잘라내는 일이다. 4m가량의 소나무가 전기톱질에 흔들거리며 쓰러지자 나뭇가지를 톱으로 즉시 베고 현장에서 파쇄기에 넣었다. 나뭇가지를 집어넣자 반대쪽에서 작은 나무 파편들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잔가지는 이렇게 3㎝ 이하로 바로 파쇄하고 큰 부분은 지역 공장에 보내 56도에서 열처리한 뒤 가구를 만들 때 사용한다고 한다. 나무껍질은 쪄낸 뒤에 네덜란드나 북유럽 등에 비료로 수출하고 있었다.

 

이곳의 소나무는 대부분 메리타임 소나무(Maritime pine)로 따뜻한 기후를 좋아해 프랑스 남부나 스페인 등 유럽에 널리 조림돼 있는 수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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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목에 표시를 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소나무숲 곳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유칼립투스 묘목들도 눈에 띄었다.

산주들이 소나무를 제거하면서 그 자리에 유칼립투스를 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대체수종은 90%가 유칼립투스, 나머지 10%가 재선충병에 잘 걸리지 않는 엄브렐라 소나무다.

 

엄브렐라 소나무는 다 자라는데 35~40년이 걸리지만 유칼립투스는 12년밖에 걸리지 않아 산주들은 유칼립투스를 선호한다.

 

이같은 대체수종 식재로 포르투갈에서 10년 전 100만㏊를 차지하고 있던 메리타임 소나무는 현재 60만㏊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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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산림협회 인부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을 베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대체수종을 심는다 해도 목재의 질과 용도가 달라 완벽한 대체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재선충병 때문에 포르투갈의 소나무 목재 수입량도 매년 늘어 현재 200만㎥에 달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산림협회의 방제활동과 별도로 지난해부터 모든 목재를 운송할 때 그물을 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매개충인 하늘소가 밖으로 기어나올 경우 즉시 죽일 수 있도록 그물에는 살충제가 묻어있다. 또 위험지역에 나무주사를 놓아 재선충병 예방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포르투갈 농림부 산하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에서는 저항성을 갖고 있는 소나무 선별을 연구 중이다. 대체수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포르투갈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 페드로 나베스(Pedro Naves) 박사는 “포르투갈에서 소나무는 고용창출 등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소나무재선충병이 소나무가 적은 지역인 세투발에서 최초로 발생하면서 초기 대처가 확실히 되지 않아 확산을 키웠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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