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통장 발급’ 고액 자산가는 ‘논스톱’?

대포통장 근절위한 서류강화 조치 일부은행, ‘VIP 간편개설’ 차별 논란

시중은행이 최근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계좌 개설 요건을 강화하면서 증빙서류가 없으면 신규 통장 발급을 해주지 않아 고객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은행이 자산을 많이 예치한 VIP 고객에게는 증빙서류를 받지 않고 통장 발급을 해주고 있어 고객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시중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포통장 발생 방지차원으로 신규 통장 개설, 장기 미거래 통장 재발행 등 모든 금융 거래 시 고객으로부터 금융거래목적확인서와 증빙서류를 받고 있다.

 

관련 증빙서류는 급여계좌를 만들면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을 제출해야 하고, 모임계좌는 구성원 명부, 회칙 등 모임 입증 서류를 내야 한다. 대포통장 발생을 막으려고 은행에서 통장발급 절차를 강화하는 바람에 전업주부, 노년층, 학생 등 일부 고객층이 통장 개설이 어려워지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이 이같은 고객불만을 뒤로한 채 많은 자금을 예치하고 금융거래 실적이 우수한 VIP 고객에 한해 증빙서류 제출 없이 금융거래목적확인서만 받고 통장을 개설해주고 있어 비(非)VIP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의 경우 KB평점 4천점 이상이고 총자산 1천만원 이상의 실적이 있는 ‘로얄스타’ 고객은 증빙서류 없이 통장 발급이 가능하다. KB평점 4천점을 받으려면 입출금통장은 3개월간 거래 자금이 4천만원 이상, 정기예금 상품은 1억원 이상 거래가 있어야 한다.

 

취업준비생인 전모(26ㆍ여)씨는 “은행에 통장을 만들려고 가면 까다롭게 서류 제출을 요구해 불편이 많았다”면서 “은행이 돈 없는 사람들만 대포통장 만든다고 생각하는 건지 고객차별도 이런 차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거래 실적이 높은 고객에 한해 금융목적확인서만 받고 통장발급을 해주는 것은 오랜 기간 은행을 이용해준 고객 편의를 위한 것이지 다른 고객과 차별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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