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번으로 생필품부터 고가의 제품까지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 같은 택배문화는 이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각 가정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 택배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수령인이 있지 않으면 배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돈이 없는 20ㆍ30대 백수나 명퇴자 등을 설정해 돈을 내야하는 상황이 되면 ‘집에 택배 받으러 가야한다’고 풍자, 씁쓸한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령인이 집에 없을 때면 경비원이 대신 받아주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제는 당연히 경비원이 이를 처리하고 있다. 물론 택배 수령은 경비원의 고유업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히 명절 때는 경비실이 택배로 가득차 발디딜 틈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대신 택배물건을 받았는데, 잠깐 순찰을 나갔다 온 사이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경우 등 경비원의 수난은 이어지고 있다.
택배와 관련한 각종 문제로 입주민과 경비원의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께 시흥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대표와 언쟁을 벌이던 경비원이 흉기를 휘둘러 입주자 대표가 숨졌다. 경비원은 경비실로 배송된 택배를 주민들이 새벽 시간대에 찾아가는 문제를 놓고 입주자 대표에게 애로사항을 얘기하던 중 입주자 대표가 “그럴 거면 사표를 써라”고 한 말에 격분해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찔러 살해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물건을 가져가라는 경비원의 전화에 화가 난 30대 입주민이 60대 경비원의 목을 조르고 발길질까지 한 사건도 발생했다.
택배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자 아이디어 상품으로 현관문에 설치할 수 있는 무인택배함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특정회사는 익일배송을 내세운 ‘로켓배송’이라는 서비스를 시도해 고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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