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료원, 공공의료 롤모델을 향하다] 5. 안성병원

탄탄한 신뢰바탕… 복지사각 구석구석 공공의료 폭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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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청소년 대상 병원 봉사 체험 교실을 열어 교육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원이 관계 기관 간 각종 사업을 벌이는 주축이 되고, 지역 주민들이 마음을 나누고 대화하는 장이 된다.

때론 청소년들이 미래를 탐색하는 공간으로 시시각각 탈바꿈한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병원장 김용숙)의 모습이다.

경기도 안성시와 인근 지자체를 통틀어 하나뿐인 종합병원이자 공공병원으로서 관계기관, 지역 주민, 청소년 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안성 병원을 들여다봤다.

지역사회 기관과 의료 사각지대 찾으며 촘촘한 수요 파악

“안성병원은 도농복합형인 지역사회와 네트워크가 촘촘합니다. 지자체 다양한 기관의 종사자나 자원봉사자들이 안성 병원에 대해 호의적인 이미지와 선호도를 갖고 있어서 참 놀랐습니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올해 전형적인 도시형(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안성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박효숙 간호과장의 말이다. 공공병원들이 지역거점병원으로서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안성병원은 수 년간 지역사회와 탄탄한 신뢰를 구축해 이미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자리잡았다는 설명인 것이다. 안성병원의 진료권은 안성시는 물론 인근의 평택시와 용인시 외에도 천안까지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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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벌이는 무료 진료 모습.
실제로 안성시에서는 유일한 종합병원으로 시청의 보건 관련 과, 보건소, 지역내 복지관, 보험공단 등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병원 뿐만 아니라 각 기관에서 의료 수요를 파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폭넓은 공공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보건소와 연계한 치매환자 관리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역에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고려해 사업을 벌인 결과, 수입은 지난 2013년 6억900만원에서 2014년 8억8천900만원으로 46%나 증가했다. 

이와 연계해 노인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퇴행성관절질환과 농작업성 질환 관료 진료 및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 의료진을 초빙하고 관절치환수술 및 관절내시경에 사용하는 MRI 장비를 도입했다. 지난해 15억900만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 수요 예측이 적중한 것을 방증한다.

 

안성시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이에 지역 내 외국인센터와 연계해 적극 홍보하면서 이용률이 점차 증가 추세다. 응급실에서 무료 진료받고 독감 예방접종한 외국인 수만 따져봐도 연 336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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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어린이집, 기업, 관공서 등으로부터 요청받아 심폐소생술을 알려주고 있다
또 만성질환관리사업으로 병원에서 월 1회씩 정기 교육진행, 직접 환자의 집을 방문해 관리하는 방문교육(514명), 대중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찾아가는 만성질환관리(1천314명), 올해에만 4번의 캠페인(1천5명) 등을 벌였다.

특히 인근 종합병원에서 수익성 문제로 가정간호서비스를 폐지하면서 안성병원만 유일하게 가정간호를 진행, 환자의 요청이 있는 충청남도까지 방문간호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우울증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진행하는 정신 건강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안성시는 도내 31개 시ㆍ군 중 자살률이 상위권에 속한다. 도농복합지역으로 농약과 같은 독극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적 요소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지역의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연말이면 설문조사를 벌여 대상자를 선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현재 대상자만 570명 이상으로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삶의 의욕을 돋워주는 1박2일 캠프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소세영 공공사업과장은 “어려운 사람들을 찾지 않아도 각 기관에서 찾아주면 우리 병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직접 처리하거나 그 외 업무나 서비스는 감당할 수 있는 기관으로 연계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면서 “각 기관이 할 수 있는 일과 다른 기관의 사업을 공유하고 있어 문제 해결 과정이 짧아지고 서비스 받을 수 있는 폭도 넓어진 것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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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식단을 알려주는 등 시민이 체감하기 쉬운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신축 이전으로 교육부터 의료 서비스까지 한계 극복 기대

청소년 방학에는 안성병원이 더 시끌벅적해진다. 환자가 아닌 청소년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봉사처를 찾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봉사 체험교실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에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한다는 특성을 살려 봉사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직업을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인기는 상당하다. 오전 8시30분부터 병원의 3개 전화로 신청을 받는데, 30분이면 마감된다고.

 

“공공병원인만큼 교육기능도 하죠. 본업이 있는 의료진이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김포처럼 먼 곳에서 와서 열심히 하는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는 시간인 만큼 행복하게 임하고 있죠. 공간이 좁아서 한 번에 35명 밖에 받지 못해 아쉬워요.”(소세영 과장)

 

안성병원은 교육기능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에서도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현재 151병상인 병원의 가동률이 90% 이상이다. 진료 수입이 최고점을 찍은 상태로 운영 중인 셈이다. 매년 오르는 인건비에 진료 수입 등 성장세가 최고점을 기록한 상황인 만큼,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없는 것이다.

 

다행히 2년 후부터 또 다시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17년 당왕동 택지지구내 2만3천㎡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2만8천㎡, 299병상 규모로 신축 병원을 건립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는 병원과 주변도로를 연결하는 길이 150m, 왕복 4차로를 50억원을 들여 개설할 계획도 세웠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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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용숙 안성병원장 “직원들의 주인의식, 주민신뢰로 연결”

안성병원에 들어서자 ‘지역응급의료기관 2년 연속 1위’가 적힌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김용숙 안성병원장에게 소감을 묻자 “응급실은 병원의 명운을 결정짓는 곳으로 활성화할수록 병원에 유익”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응급실은 병원의 관문으로 중증도 환자가 얼마나 많이 오는 지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서 신뢰 혹은 외면받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지점이라고.

또 응급실 내원 환자가 입원환자로 연결되기 때문에 병원 전체의 가동률을 높여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일까. 김 원장은 지금도 일주일에 하루씩 응급실에서 머문다. “체온이 떠나면 죽는 것처럼 병원장으로서 병원의 현 상태(체온)를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직원과 환자와 좀 더 가까이 있으면서 병원을 이끌어 온 ‘가족 경영’은 10년 전 안성병원에 취임할 때부터 유지한 그의 확고한 경영 방침이다. 김 원장은 전국에서 공공병원의 최장수 병원장 근무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직원과 지역주민으로부터의 신임을 방증한다. 


“아직도 일주일에 2~3일은 병원에서 잡니다. 술 마시는 거 좋아하지는 않지만 직원들과 돌아가면서 저녁 먹고 술도 마십니다. 강조하죠. 나는 언젠가 떠날 사람이니 당신들이 ‘주인’이다. 주인의식을 가져라.”


김 원장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한 지난 10년, 안성 병원은 더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없을 만큼의 한계까지 성장세를 기록했다. 김 원장이 취임한 첫 해 병원 실적(진료인원, 진료수입)은 127%를 기록했고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올렸다.

당연히 전 직원의 업무량이 늘었지만,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분위기다. 메르스 사태로 진료비 수입이 기존의 40%까지 떨어지면서 봉급을 절반 밖에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직원들에게 전액 지급하는 ‘감동’을 주고 약속을 지키는 경영 원칙이 그 배경이 됐다. 


이제 김 원장은 2017년을 그린다.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완전히 달라진 개념을 적용해 진료과를 확대하고 세분화해야 한다. 각종 서비스도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시점이다. 그가 말하는 바뀌지 않아야 할 것은 “병원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 이것을 이끌어내기 위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주인의식”뿐이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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