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낭만길?… 지자체는 ‘낙엽과 전쟁 중’

새벽부터 치워도 티 안나고 ‘수거 민원’ 속출 골칫거리 전락
미화원 “하늘서 떨어지는 쓰레기” 퇴비 재활용·소각 등 처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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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철 낭만’ 낙엽이 너무 많이 떨어지는 탓에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비가 내린 16일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 인근에서 미화원 A씨가 바닥에 붙은 낙엽을 청소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오승현기자
늦가을을 맞아 각 지자체에 낙엽 수거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낙엽이 비에 젖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데다 바람에 날리면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는 등 불편사항이 속출한다는 이유다.

이에 각 지자체는 낙엽 처리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떨어지는 낙엽에 역부족이라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16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장안구청 사거리 일대를 담당하는 미화원 A씨(42)는 1.5㎞ 구간의 인도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난주부터 매일 평균 5건 이상의 낙엽 제거 민원이 구청에 접수되면서, 미화원들은 새벽 5시부터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치우고 또 치워도 낙엽은 계속 떨어지고, 모아둔 낙엽은 순식간에 바람에 흩어져버렸다. 더욱이 주말부터 계속된 비로 낙엽은 무게가 최대 3배까지 늘어났고 바닥에 달라붙어 하나하나 제거해야 하는 등 낙엽 제거작업에 더욱 많은 손이 갔다.

 

더욱이 수원시는 수거된 낙엽 전량을 인근 시민농장으로 보내 퇴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담배꽁초나 불법 전단지 등에 대한 분리 작업까지 추가로 해야 했다. 그럼에도 일부 주민은 분리수거하는 A씨를 보고도 길거리에 담배를 버리거나 불법 전단지를 뿌리고 있었다.

A씨는 “낙엽을 퇴비로 사용하려면 수많은 낙엽 사이에서 쓰레기를 하나하나 분리해야 하지만 쓰레기가 워낙 많아 쉽지 않다”며 “주말까지 반납하며 낙엽 수거를 하고 있지만, 같은 장소에 다시 돌아오면 낙엽이 계속 떨어져 또다시 치워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거해도 표시가 안나니 주민들은 ‘청소를 똑바로 못하느냐’며 꾸중을 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오산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노면차 3대를 주말에도 가동하고 미화원들도 총동원해 낙엽을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미화원 K씨(50)는 “주민들은 울긋불긋 물든 낙엽이 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만끽하는 낭만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미화원에게 낙엽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쓰레기”라며 “오죽했으면 나무를 고의로 흔들어 낙엽을 떨어 뜨리기까지 하겠느냐”고 말했다. 평택, 안산 등의 다른 지자체도 최근 낙엽제거 요구 민원이 하루 평균 7건 이상 들어오면서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이에 서울시 송파구처럼 남이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골칫거리인 낙엽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도내 대다수 지자체는 수거된 낙엽을 소각하고 퇴비가 필요한 일부 농가에 제한적으로만 지원하고 있다.

 

이에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낙엽을 단순 소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퇴비로 활용하는 등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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