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뺨치는 ‘수험표’

각종 할인 혜택에 수만원씩 거래 사진교체땐 공문서위조 범법행위
개인정보 노출, 범죄 악용될 수도

“2016학년도 수능 수험표 팝니다. 각종 할인 혜택 누리세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할인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중심으로 수험표 매매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매매 행위는 단순 거래를 넘어 개인정보 유출 및 범법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A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는 ‘2016 수능 수험표 팝니다(남자)’, ‘수험표 팔아요. 각종 할인혜택 받으세요’, ‘남자 수험표 저렴하게 팝니다’ 등 자신의 수험표를 판매한다는 글과 연락처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판매 금액은 최소 3만~7만원 선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 거래하는 ‘직거래’ 또는 택배 방식이 활용되며 거래가 성사되고 나면 해당 글은 삭제된다.

수험표 판매자들은 대부분의 업체가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수험표를 제시해도 할인 혜택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며 구매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처럼 수험표 매매가 이뤄지는 이유는 수험생에게 제공되는 각종 할인 이벤트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점은 물론 극장, 백화점, 놀이공원 등에서 수험표를 제시하면 20~60%까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수험표 판매글을 게시한 B군(19·고양시)은 “각자 성별만 맞춰 수험표를 구입한 뒤 본인의 사진을 부착해 사용하면 된다”면서 “앞서 6만원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하로는 판매할 수 없다”며 가격 흥정을 벌였다.

또 다른 수험표 판매자 C군(19·구리시)도 “어차피 대학 입학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기 때문에 수험표가 필요 없어 용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판매하게 됐다”며 “5만원이 다소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할인 혜택이 많기 때문에 본전을 금방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입을 권유했다.

 

경찰은 수험표 매매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수험표 사진을 교체하는 것은 공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만큼 범법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수험표에는 수험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어 자칫 보이스피싱이나 대포통장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마다 수험생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수험표를 매매하겠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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