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양보 안해도 고의성 판단 규정 모호해 ‘실효성 논란’
골든타임 놓치는데… 올해 부과 1건 그쳐, 법 개정 시급
신속한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에 양보하지 않는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놓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운전자가 고의로 양보하지 않은 것을 입증해야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어 실제 과태료를 부과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시·군 공무원이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에 양보하지 않고 길을 막는 차량을 단속할 수 있게 됐다.
소방차가 접근할 때 운전자는 도로 가장자리로 피해 길을 터줘야 하고, 교차로 인근에서는 교차로를 통과하고 나서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소방은 해당 차량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시청과 경찰 등 교통관련 부서에 제출하고, 해당 부서는 고의성이 입증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과태료는 승합자동차의 경우 6만원, 승용자동차와 이륜자동차 등은 각각 5만원과 4만원이다. 도로교통법상 소방차에 대한 양보 의무를 강화한 것은 여전히 소방차에 대한 양보운전이 미흡한 탓이다.
그러나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한 차량이 블랙박스에 찍혔음에도 불구, 운전자가 고의적으로 양보하지 않은 것을 행정기관에서 입증해야만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 사실상 무용지물 법규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11월 현재 도내 소방서에서 6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지만, 이 중 1건만이 고의성이 인정돼 과태료가 부과됐으며 2건은 고의성을 판정 중이다. 지난해 역시 7건을 적발했지만 단 1건에 대해서만 고의성이 인정됐다.
특히 이 같은 법률 강화에도 소방차의 출동시간은 골든타임에 크게 못미치고 있어 추가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6월 국민안전처와 전국 지역소방본부가 전국 17개 지역에서 응급상황을 가정하고 소방차가 5㎞를 출동하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전국 평균 11분48초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부천시는 17분30초나 걸렸다. 인명구조에 결정적인 시간을 이르는 골든타임(5분)의 세 배 이상을 초과한 시간이다.
이에 대해 도재난안전본부와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고의성 입증에 주관적인 부분이 있어 어렵지만 ‘3회 이상 피양 요구에도 불응’ 등의 위반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등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시행 초기라 과태료 부과보다는 계도조치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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