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년을 말하다] 1. 2015 경기천년 학술대회 기조강연

“경기천년사업 경제·문화 등 통괄… 도민 주도로 추진”

경기학회와 경기일보는 경기 천년을 앞두고 지난 20, 21일 ‘2015 경기천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교수와 전문가 50여 명이 참여해 총 23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경기도의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기 위한 역사, 문화, 남북관계 등 폭넓고 다양한 시각과 제안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미래 천년을 맞이하는 경기도가 경기도민을 주체로 세우고 발전 동력을 확인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경기일보는 각 논문의 핵심내용을 연재,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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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 강진갑 (경기학회장·경기대 교수)

분단의 현장 경기도 남북간 문화교류 통해 민족 동질성 찾아야

경기 천년의 의미와 새천년 경기도의 미래

2018년은 경기(京畿)가 한국사에 등장하지 천년이 되는 해이다. 경기 천년을 기념하는 일을 시민이 함께하고 시민이 공감할 때 행사로 끝나지 않고, 경기도민의 삶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기 천년 역사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문화가 지배하였다.

 

고려사회는 개방적인 다문화사회였다. 조선 전기 성리학은 민본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진보적인 사상이었다. 조선후기 경기지역에서 실학이 꽃피웠고, 서학(조선후기에는 천주교를 서학이라 불렀다)이 자생적으로 발생하였다.

 

그러나 조선후기 성리학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사상적 풍토를 지녔는데 이는 18, 19세기 조선사회가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1945년 해방 후 경기도는 분단의 현장이자 통일의 길목이었다.

 

새천년 경기도 미래 키워드 ‘시민의 행복’ ‘남북통일’ ‘유라시아 대륙’

첫째, 시민의 행복 문제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으나, 국민은 행복해 하지 않는다. 평균 수명도 크게 늘어났고, 객관적인 삶의 질도 크게 신장되었으나,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13년간 OECD 회원 국가에서 자살률 1위이다

 

한국인의 물질주의와 사회 양극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포함한 사회경제적 제도 개선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한국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삶의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충족 외에 타인과의 좋은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시민의 행복이 경제 성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 면 에서 수원, 안양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인문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남북협력과 통일 문제이다. 통일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알 수 없으나 멀지 않은 미래에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 경기도 미래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요인은 통일이다.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다른 지역보다 경기도는 매우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통일 이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과제는 남북 간의 문화적 교류를 통해 현시점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이해하는 동시에 민족 동질성을 찾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경기도가 경기천년 기념사업의 남북 공동 추진을 북한에 제안하고, 개성에 있는 연암 박지원 묘 참배를 포함한 여러 가지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유라시아 대륙과의 협력 문제이다. 전통적인 아시아 대륙 국가의 일원이었던 한국은 1945년 분단 이후 북쪽 땅과 아시아 대륙으로 나가는 길이 막히면서 섬나라가 아닌 섬나라가 되었고 해양국가가 되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다시 중국과 러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대륙 국가로 복귀하고 있다. 대외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른 지는 오래되었다.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중국과 가장 짧은 항로를 가지고 있는 경기도의 위상이 한국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유라시아와의 교류 협력이 늘어날수록, 경기도의 역할이 증대될 것이다. 경기 지역사회 미래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요소는 유라시아 대륙이다.

 

경기천년 사업은 시민이 주역이 되어 경기도의 미래를 만드는 일

2014년 경기 600년 정도 기념사업은 급하게 추진되었기에 하나의 행사로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당시 ‘통일 한국의 중심 경기도’가 슬로건으로 제시되었지만 지금 이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경기천년 사업이 하나의 이벤트나 다른 기념사업처럼 사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시민이 중심이 되어 함께하고 시민의 공감을 얻으면서 추진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경기 지역공동체가 경기 새천년에 만들고자 하는 미래를 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만드는 일이다. 지금부터 경기도민이 만들고 싶은 미래가 무엇인지, 경기 천년 미래를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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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통일한국·세계화시대 소통의 허브로 거듭나 새로운 미래 비전 제시

‘상생과 통합의 경기도 실현’ 목표 삼아야

경기도는 서울을 포함하고 있는 한반도 역사 천년의 중심처이자 국학이 태동하고 발전한 지역이며 당대의 문화인들이 배출되어 활동한 지역이다.

현재 그 위상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자기 자리를 갖지 못한 채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막대한 구심력을 지닌 서울의 주변부만로 인식되어왔다. 전국에서의 전입으로 인한 도민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성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천년을 맞아 우리나라의 근간인 경기도가 세계화 시대와 향후 통일한국시대의 새로운 문화비전을 제시하여 ‘상생과 통합의 경기도 실현’을 목표로 소통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포용(包容)과 통합(統合)의 역활을 수행하여 온 경기도는 5천년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지였음을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천년 경기도의 저력, 경관과 전통의 아름다움, 그리고 경기도민의 희망이 무엇인지 방증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경기천년 기념사업’을 통해 실현해야한다.

경기천년 기념사업,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범위를 통괄해야

경기도는 600년 동안 임진ㆍ병자 양란과 일제 침탈, 6ㆍ25전쟁과 같은 국난의 한 가운데 있었고 학문과 문화, 종교의 터미널 역할을 하였으며, 농업과 상업, 현대 산업 발달의 중심지였다.

‘경기도’라는 직제를 정한 후 2014년에‘600년’이 되었고, ‘경기(京畿)’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후 2018년이면 1천년’이 된다. 이를 기념하여 문화경제시대에 경기도의 새로운 위상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14년에 진행하였던 경기도 600년 사업이 조선시대, 근대시대(서울, 인천 포함)를 중심으로 경기도의 꿈, 힘, 미 발양을 통해 경기도의 위상을 강화하는 사업이었다면, 2018년의 경기천년 사업은 고려시대(개성 포함)를 중심으로 남북교류, 통일을 염원하고 넥스트 경기(Next 경기)를 구현하는 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천년사업의 추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범위를 통괄하는 것이기에 실행 주최는 경기도가 담당하고 대외적으로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의 후원을 요청해 대내외적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의 실행은 31개 시ㆍ군 자치단체와 경기문화재단 외 각 산하 단체가 협력하되 가시효과가 큰 중심사업은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지역 확산 효과가 있는 사업은 시ㆍ군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도민참여 유도를 위해 1천200만 도민을 각종 사업의 주체로 참여시키고 도내 민간 박물관 및 기념관, 지역문화단체 등의 자율참여를 유도해야한다. 도내 유수 대학교의 축전, 기업문화활동(홍보포함) 등도 천년 사업에 접목해야 한다. 부연하면 31개 시ㆍ군의 기존사업 고급화, 주제부여 등 재구성하여 천년 사업화하고 도내 주요 시설물 시공ㆍ착공 등을 이벤트화 하는 것을 제안한다.

경기도,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경기도는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기념사업 및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선진 경기로 나아가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경기도는 고려의 개성, 조선의 한양 두 도읍지를 둘러싸고 1천년을 이어오면서‘물산의 융합’, ‘문물의 전파’, ‘학문의 집성’을 이뤘다.

경기천년사업은 첫째, 통합과 포용으로 한국 통일시대(統一時代)를 선도하는 것이고 두 번째, 문예진흥을 통해 세계 인류문화 창출을 도모하고 세번째, 도민화합을 통해 민본을 중심으로 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실천하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경기도는 기호사림(畿湖士林)의 중심으로 성리학과 실학을 비롯한 한국유교문화의 본산이었으며 지난 30여 년간의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사는 민족적 에너지가 분출하는 끊임없는 도전과 용기의 서사시로 세계사의 기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정체성이 없는 것이 정체성이라는 자조와 함께 역사적 전통과 유산을 망각하고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다. 경기도에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곳이 있는가? 결국 경기천년 기념사업은 정신사에서부터 경제산업까지 도정의 전분야에서 새로운 개혁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경기천년기념사업을 통해 우리 경기도가 1천년전 태동하고 600년 전에 출발한 역사의 심원을 찾아 미래발전의 원동력을 마련하고, 통일한국과 세계화시대에 소통의 허브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정리=류설아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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