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쟁·싸움의 정치는 마감됐다 이제, 대화·협력의 정치로 가자

양 김(兩金) 시대는 투쟁, 싸움의 정치였다. YS(김영삼)ㆍDJ(김대중) 모두 독재 정권이 만든 정치인이다. YS는 약관 2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여당이던 자유당 소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야당 투쟁의 길을 택했다.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 계획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DJ는 처음부터 자유당 정부에 맞선 정치를 택했다. 신안 낙도에서 어렵게 자란 그에겐 운명처럼 짊어지워진 투쟁의 길이었다.

1960년 4월 시민과 학생들이 불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교생 김주열군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사망했다. 시위를 벌이던 고려대생들은 정부가 동원한 깡패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했다. 신군부는 탱크로 무장한 공수부대로 진압했다. 무고한 시민 191명이 사망했다. 국민과 정치는 싸워야 했다. 그런 투쟁과 싸움의 시대에 정치인 김영삼ㆍ김대중이 있었다.

이제 그들의 시대가 마감됐다. 이와 함께 그들이 살았던 정치도 마감됐다. 이제 우리에게 3선 개헌의 자유당을 흉내 낼 정치세력은 없다. 유신독재의 공화당을 흉내 낼 정치세력도 없다. YS, DJ에게 강요됐던 투쟁, 싸움의 정치 환경은 사라졌다.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지난 14일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불법 시위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농민단체 관계자가 중상을 당했다. 일부 세력은 이를 폭력 진압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복종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각해보자. 과연 14일 불법 시위와 경찰 진압이 양 김 시대의 그것과 비교할 일인가. 최루탄이 박힌 시위대를 바다에 유기하고, 탱크를 동원해 시민을 학살했던 그 시대 정치상황과 비교할 일인가.

양 김이 남겨 놓은 시대정신과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구분해야 한다. 야당은 야당대로 시대에 맞는 대여 투쟁과 견제의 정치를 해야 한다. 투쟁과 싸움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양 김 시대의 척박했던 정치 환경을 억지로 도입시키면 안 된다. 여당은 여당대로 시대에 맞는 정책과 정치를 펴야 한다. 눈앞의 목적을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구태를 재연하면 안 된다.

김영삼ㆍ김대중 시대는 투쟁해야 했고 싸워야 했다. 2015년 대한민국 시대는 대화해야 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 분명한 시대적 사명을 구분해내는 것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보내며 우리 정치권이 숙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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