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살인 불법체류자 도주… 손 놓은 법무부

공항·항만서 ‘상시 자진출국’ 유도 범죄 저질러도 신고후 버젓이 출국
IS 등 극단주의 테러 공포 확산… 불법체류자 출·입국 보완장치 시급

불법체류자가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후 아무런 제지없이 본국으로 출국하는 사례가 잇따르는(25일자 6면) 가운데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별다른 확인없이 자진출국만 유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역시 IS 테러위협이 거세지고 있어 불법체류자에 대한 출입국관리 업무에 제도적 보완장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법무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불법체류자의 자진출국을 유도하기 위해 벌금과 구금 등이 없이 출국할 수 있는 ‘불법체류자 자진출국제도’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법무부는 국내 모든 공항과 항만 출입국사무소에서 상시 자진출국 신고를 받고 있으며 △불법체류 기간에 상관없이 범칙금 면제 △보호시설 비수용 △자유롭고 품위있게 출국 등을 보장하고 있다. 자진출국 절차는 본국으로 출국 당일 출국항공권과 유효한 여권 또는 여행증명서를 소지하고 자진출국을 신고하면 되는 식이다.

 

그러나 불법체류자가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보완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 IS 테러위협이 높아지는 가운데 알카에다를 추종한 혐의로 검거된 인도네시아 출신 A씨(32)까지 불법체류자로 드러나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밤 11시20분께 광주 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은 신고자로부터 용의자가 ‘조선족 말투를 쓰는 것 같다’는 증언 외 별다른 단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주변 CCTV를 확인하는 한편, 추가 목격자 등을 수소문, 카페주인을 통해 피의자 지인을 찾았고 피의자 휴대전화 명의자가 여동생인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다음날 오전 8시께 나이와 이름만 가지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원확인을 요청, 해당자가 3명이라는 것을 통보받았다. 

3명의 얼굴 사진까지 받아 비교하고서 피의자가 L씨(42)인 것을 확인한 경찰은 곧바로 검찰에 L씨의 출국금지명령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L씨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였다.

 

경찰이 ‘조선족 말투를 사용했다’는 증언 하나만 갖고 L씨의 신원을 파악하는 동안, L씨는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유유히 비행기에 탑승한 것이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잇따른 불법체류자에 의한 미제사건과 더불어 IS 등 테러위협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행정적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자진 출국으로 불법체류자가 줄어드는 등의 효과가 있어 상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7월 현재 국내 불법 체류자 수는 21만3천565명으로 2011년(16만7천780명)보다 27%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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