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청춘] 32. 이삼영 화가 (84)

‘인천 50년’ 화폭에 담은 팔순의 화가… 창작 열정은 이팔청춘

1.JPG
이 씨는 “미술은 혼자 하는 작업이라 무척 외로운 자기와의 투쟁”이라며 “창작의 고통은 여전히 괴로운 법”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 씨는 지난해 ‘나들목 전’에 참여하는 등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인천지역의 주요한 특징은 다름 아닌 섬. 지난주에 무의도를 다녀왔다는 그는 수년 전부터 인천지역 대부분의 유인도를 다녀왔을 만큼 해박한 경험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수도권 지역에서 100여개 가까운 유인도가 자리한 것은 인천만의 주요한 특징이다”며 “국내는 물론 세계에 인천을 알리려고 인천의 주요 특징인 섬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최근 인천시가 주최한 ‘애인 토론회’에 참가, 인천 섬 살리기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 씨는 “과거에는 돛단배를 타고 반나절 이상 가야 겨우 섬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어려웠다”며 “관광산업 활성화 등 인천의 가치를 높이려면 섬의 이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인천 곳곳의 풍광을 캔버스에 담다.

이 씨의 작품을 보면 인천 곳곳의 풍광을 담은 것이 많다. 그의 작업실 곳곳에 걸린 작품에는 유독 바다풍경과 갈매기, 배, 다리 등이 주제인 작품이 많다.

 

그는 과거 70년대 작품과 현재의 작품을 비교해 필자에게 보여줬다. 과거 그림이 단순히 먹 채색만 담은 단색이었던 것에 비해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채색과 묘사가 두드러지는 점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미술작품은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며 “작품들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 경제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미술 발전사와도 일치하는 특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목 없음-2 사본.jpg
이삼영 화가(84)는 최근까지 인천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풍광을 화폭에 담는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최근 다녀온 중구 무의도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겼다.
■ 미술계의 서울 집중화 문제… 지역사회 중심 고민해야

이 씨의 이력을 보면 주목할 점이 있다. 사단법인 인천미술협회 결성을 주도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현재 미술계가 한국미술협회 주도로 활동을 이어가는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미술인들이 전국 각 지역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서울의 중앙협회 주도의 활동 탓에 애향심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에 이 씨는 지난 1986년 인천직할시 초대작가회 초대작가 지정, 인천직할시 남구 미술인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인천지역 애향심을 갖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김애숙 메이준갤러리 대표는 지난 2010년 열린 이삼영 개인전 초대글에서 “이삼영 선생님의 작품 전개과정은 인천이 핵심적인 테마이며 이정표가 되는 기록화적 성격까지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하며 “자유롭게 개방적인 화법으로 영역의 한계를 무너뜨린 이 시대의 용기있는 진정한 화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삼영 씨도 “서울 주도의 미술계 활동은 애향심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방자치가 활성화된 만큼 문화계도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특징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화 정립이 마지막 할 일

그는 현재 동양화/서양화로 이분화된 회화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것을 살린 한국화라는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동양화, 서양화로 구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술은 소묘와 데생, 크로키 등 기법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다만 미술 재료로 구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조선시대 문인화를 기점으로 우리 미술의 재료는 먹이다. 먹과 채색의 조화 속에 한국화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목 없음-3 사본.jpg
이삼영 화가는 한국화의 특징인 먹과 서양화의 특징인 채색을 조화롭게 사용한다는 미술계의 평을 듣고 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먹과 물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양광범기자
그는 해방 이후 고작 100여 년도 되지 않은 국내 미술계가 한국화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씨는 “중국은 중국화, 일본은 일본화로 각자 화풍을 정립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독자적인 화풍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화를 위해 많은 화가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화에 대한 정의가 세워질 것이라 본다”며 “아직도 대학교 학부는 동양화, 서양화 두 가지 밖에 없다. 대학에서 한국화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선배 화가로서 한국화 정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씨는 “작품 활동 대부분을 이어온 인천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애향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광범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