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밥 한끼 먹기도 벅차…” 당구장·PC방 점심시간 발길 ‘뚝’
지갑 닫은 대학생 소비자 심리지수 2012년 이후 최저치 폐업 하소연
영하를 웃도는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27일 정오 군포시 한세대학교 앞 상가밀집지역은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했다. 상가를 가로지르는 왕복 4차선 도로 양옆에는 띄엄띄엄 주정차 된 차량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정작 건물 안 상점을 찾은 손님은 적었다.
특히 대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상점가임에도 대학생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이 주로 찾을 법한 분식점과 카페에도 5개 테이블 중 1개만 손님이 들어와 있을 뿐이었다. 닭갈비집과 감자탕집, 고깃집 등 식당에도 인근 산업단지 직원 몇몇만 눈에 띌 뿐 대학생은 없었다.
고깃집 사장 C씨(33)는 “여기서만 3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요즘처럼 학생들이 없는 경우는 없었다”며 “상인들끼리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임대료조차 버거워 하는 분들이 많다”고 답답해했다.
수원시 율전동 성균관대 앞 상점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길을 오가는 학생들은 많았지만 점포 내부는 한산했다. 특히 당구장과 PC방과 같이 잠깐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찾는 곳에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J씨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공강시간을 이용해 30분이나 한시간 정도 당구를 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없다”며 “아예 점심에는 문을 닫고 저녁에만 문을 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주대 앞 PC방 또한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PC방 업주 B씨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PC방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며 “임대료와 전기세 등 관리비를 내기에도 빠듯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대 재학생 K씨(25)는 “과외로 생활비를 벌긴 하지만 밥 한끼 먹기도 벅차다”며 “1~2학년 때만 해도 밥도 주로 학교 밖에서 먹고 게임을 하러 나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취업 준비도 해야 해서 학교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닥친 한파보다 대학가 상점들이 더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대학생들의 차가운 소비심리였다. 더구나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지갑은 더욱 닫히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최근 ‘대학생 소비자 심리지수’를 조사한 결과, 대학생의 소비심리지수는 91.71을 기록해 지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소비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함을 뜻한다. 대학생들이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문송이 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학생들은 일정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고, 이는 관련 업종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등록금 완화 등 대학생들의 취약한 경제적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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