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팀들은 유창한 중국어로 발표하고, 설립한지 이삼년만에 수십억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검증된 팀들도 있었다. 대부분 팀들이 투자협상제안을 받았고, 어떤 팀은 현장에서 10만개 납품협상을 제의받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 험난한 협상과정이 있겠으나 일단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우리나라 팀이 발표하기 전날 중국 벤처들의 발표도 참관했는데, 중국 팀들의 수준은 우리나라에서도 중간이상은 돼 보였다. 인터넷과 SNS의 활용, 핀테크(FinTech) 등 기술수준, 시장을 분석하는 능력 등이 훌륭했다. 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팀을 꾸리고, 사업화하는 실행력과 열정은 우리나라보다 낫다 싶을 정도였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부족한 팀도 있었으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창안한 아이디어가 맞는가 할 정도로 참신한 팀도 여럿 있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전후 전국적으로 벤처 열풍이 불었을 때 비즈니스 모델이 덜 영글은 벤처들이 많았는데, 중국도 마찬가지로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서 저절로 걸러지게 되리라 본다.
15년전인 2001년 북경의 콘퍼런스에서 한국 모바일 콘텐츠의 성공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한참동안 이유없이 행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한국측 발표자료 중 여자 모델의 한쪽 어깨가 노출된 작은 사진이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이를 삭제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다. 청중석에서는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의 작은 크기였는데도 중국당국의 입장은 완강했다. 이렇게 검열을 통해 국민의 사상과 소통을 통제하던 중국이 이제는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이 된 것이다.
중국은 이른바 ‘신엔진’을 통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첫번째 토끼는 우수한 벤처들이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 세계적 기업이 돼 경제 성장의 한 축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 토끼는 벤처 열풍으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에 눈 뜬 수많은 젊은이들을 기존의 ‘구엔진’에 공급해 혁신을 이끌어가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청년 창업을 통한 벤처 육성, 청년 일자리 증대, 지역 강소기업 육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핵심화두로서 진행되고 있다. 세가지 모두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인 것은 당연하지만, 어려운 것은 각 분야의 인재들이 통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을 패배자로 인식하고, 취업해도 ‘이 친구는 언젠가 나갈 친구야’라고 주홍글씨를 새기고 본다.
창업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다. 나름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창안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만한 열정이 있다면 회사입장에서는 더 준비된 인재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창업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만 창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창업과정에서 습득한 역량을 적극 활용하도록 인식 변화가 되면 좋겠다.
박인수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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