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 “조만간 태어날 딸을 위해 두 달간 유급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 동문인 중국계 미국인 프리실라 챈과 2012년 결혼, 3번이나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어렵게 얻는 딸이라 큰 결심을 했을 수도 있지만 미국사회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은 이제 자연스런 일이다. 저커버그는 그의 페북에 “일하는 부부가 새로 태어난 아기와 시간을 보낼 경우 아이들과 가족 모두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페이스북은 이어 내년부터 4개월의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전 세계 직원들에게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정규직 여성 직원들에게만 적용됐던 4개월 유급 육아휴직제가 남성 직원, 동성부부, 올해 자녀를 입양한 직원에게 모두 적용되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행보는 넷플릭스, 야후, 아마존 등 IT 기업들의 뒤를 이은 것이다. 넷플릭스는 아기 출산 혹은 입양시 최장 1년까지 유급 휴가를 준다고 발표했다. 야후는 여성 직원의 출산휴가를 8주에서 16주로 늘리고, 남성 직원에겐 8주 유급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아마존은 6주간의 남성 유급 육아휴직제를 새로 도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T 기업의 근로 문화가 가정이나 개인 생활과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바꾸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서양에서는 육아를 하는 젊은 아빠들이 인기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아빠라는 뜻을 가진 ‘다이퍼 대디(diaper daddy)’, 육아에 적극적인 북유럽 아빠들을 일컫는 ‘스칸디 대디(Scandi daddy)’는 유행어가 됐다. 브래드 피트같이 기저귀 가방을 들고 다니는 할리우드 남성 스타들도 파파라치에게 자주 포착됐다.
우리나라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남성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않다.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직장인 78%가 육아휴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53.1%), 경제적으로 힘들어서(31.5%), 승진이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10.3%) 등의 이유였다. 실제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3천421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4.5%에 불과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쉬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성의 ‘가정 진출’이 불가피하다.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져야한다. 일ㆍ가정 양립문화를 만드는데 기업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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