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FC, 가장 한국적인 드라마 쓰다

수원 FC의 출발은 수원시청이었다. 지난 2003년부터 내셔널리그에 참가했다. 내셔널 리그는 K리그 개념으로 보면 3부 리그다. 그러다가 2013년 시민구단 수원 FC로 전환해 K리그 챌린지에 뛰어들었다. 그런 수원 FC가 1부 리그로 승격했다. K리그 승강제 도입 이후 순수 시민 구단에서 출발한 팀이 1부 리그에 승격된 것은 처음이다. 3부 리그와 2부 리그를 거쳐 1부 리그에 오른 것도 말할 필요 없이 처음이다. 기적에 가깝다.

수원 FC는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 시민 구단이다 보니 50억원 남짓으로 1년을 버틴다. 1부는 물론 다른 2부 리그 팀보다도 열악하다.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9천만원 정도다. 10억~40억원을 오가는 유명 선수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연습생 개념으로 입단한 선수들은 더 열악하다. 1년에 1천400~2천만원 정도로 생활한다. 연습장도 없어 여기산 시민공원을 이용한다. 숙소는 수원종합운동장 관중석 아래 공간을 사용한다.

그런 수원 FC지만 도전은 당찼다. 부족한 개인 기량은 완벽한 조직력으로 해결했다. 짧은 패스와 과감한 돌파, 지칠 줄 모르는 공격으로 무장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넘어 ‘막공(막강한 공격)’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주로 선발했다. 어느 구단에서도 지명받지 못한 선수를 가능성만으로 뽑기도 했다. 그런 선수 중에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적은 예산에 맞춘 정신력과 경영이다.

결국, 이런 수원 FC는 130만 시민을 감동시켰다. 2일 수원종합운동장에는 차가운 겨울비 중에도 3천명의 시민이 찾았다. 5일 부산 구덕 경기장으로도 열기는 이어졌다. 수원에서 원정 간 1천명의 수원시민이 부산 홈 관중을 압도했다. 일명 ‘막공 버스’ 20대를 타고 무려 300㎞를 달려간 수원시민들이었다. 경기 전 관중석을 둘러본 조덕제 감독은 ‘이런 팬들을 어떻게 실망시킬 수 있겠냐’며 울먹였다고 전해진다.

수원 FC의 승리가 확정된 5일 저녁. 인터넷에는 온 국민이 보내는 격려와 축하로 넘쳤다. ‘수원 축구 재미있다’부터 ‘축구가 만들 수 있는 기적을 보여줬다’는 격려까지 수천 건이 올라왔다. 그 글들이 담고 있는 정서는 하나다. 어려움을 극복한 2등의 반란, 실력으로 극복한 없는 자의 설움…. 한국인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 즉 고난 극복의 정서였다. 지금 그 정서를 수원시민의 구단 수원 FC가 온 국민에게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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