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대교, 교각 붕괴 우려는 없나 솔직히 설명하면서 완벽히 복구해라

서해대교가 여전히 불안하다. 사고 원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나머지 케이블의 손상 정도에 대한 이견도 있다. 교각 전체, 다시 말해 서해대교 전체의 붕괴 위험도 제기된다. 그런데도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주탑에 연결됐던 72번 케이블이 끊어진 것은 3일 오후 6시 12분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ㆍ소방본부ㆍ도로공사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은 “낙뢰 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낙뢰를 관측하는 기상청 시스템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일 오후 4시 10분쯤 아산만 해상에 내리친 낙뢰가 사고현장과 가장 근접한 장소ㆍ시간의 낙뢰였다”고 밝혔다. 어찌 보면 케이블 파손은 낙뢰로 인한 천재지변보다도 내부 결함에 의한 가능성이 더 있을 수 있는 게 상식이다. 더구나 8m 옆 피뢰침은 정상작동되고 있었다. 감식팀이 설계 결함 등의 내부 요인을 너무 배제하고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또 다른 손상 실태에 대한 설명도 명쾌하지 않다. 72번 케이블은 끊어져 떨어지면서 56ㆍ57번 케이블을 손상시켰다. 두 케이블은 끊어지지만 않았을 뿐 케이블 내부의 선이 많이 끊어지고 변형돼 있어 있으나마나 한 수준으로 알려진다. 주탑의 한쪽 면을 지지하는 17개의 케이블 중 3개가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더 걱정인 것은 71ㆍ70번 케이블의 손상 여부다. 전문가들은 이 두 케이블의 손상은 서해대교 전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조언하고 있다. 72번 케이블이 떨어지면서 바로 밑에 두 케이블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공식 발표는 72번과 56ㆍ57번 외에는 손상이 없다고 한다. 이 발표를 믿을 수 있는가.

사고가 난 것은 3일 늦은 오후다. 안전성 검토위원회가 사고 원인을 낙뢰로 단정한 것은 4일이다. 대형 교각의 시설이 낙뢰로 손상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에게도 처음 접하는 유형의 사고였을 것이다. 그런 사고의 원인을 단 하루 만에 낙뢰로 단정하는 이유가 미덥지 않다. 더구나 국가 기관이 기상청이 ‘그 시각 그곳에서는 낙뢰가 없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나머지 케이블의 안정성 장담도 너무 서두르고 있다. 72번 케이블이 56ㆍ57번 외 케이블을 훑듯이 떨어졌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여기에 핵심 케이블 손상으로 인한 하중 증가로 추후 손상이 진행됐을 수도 있다. 왜 이렇게 서두르나. 뭘 숨기려는 것인가.

오는 24일까지 모든 서해대교 통행이 통제됐다. 이용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원성은 커질 것이다. 정부는 조속한 수리와 정상화를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전에 있음을 강조하려 한다. ‘71ㆍ70번 케이블이 끊어졌다면 서해대교는 무너졌을 것’이라는 현장 조사 관계자의 증언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다. 모든 케이블의 안전 여부가 점검의 대상이어야 한다. 서해대교는 평소에도 상판의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곳이다. 한 번쯤 지나갔던 이용객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그런 위험천만한 시설에서 주탑을 휘흔드는 사고가 났다. 지금 급한 것이 뭐겠는가. 투명한 설명과 완벽한 복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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