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출신 인기 방송인 김원희 “20년 전 MC 권했던 PD들… 고마운 분들이죠”

아나운서 출신도 아니고 매끄럽고 윤기나게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편하고 친근하다. 소탈하고 웃기다. 어쩜 그 웃음과 유머가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바비인형처럼 생긴 예쁜 ‘언니’가 가끔 허를 찌르게 웃기면 열만큼 웃을 일이 백만큼 웃게 된다. 흔한 오버액션도 없다. 

자연스럽게 웃고 울고, 궁금해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나온다. 

배우에서 출발해 최근 몇 년은 여성 MC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김원희(43)를 눈발이 날리던 날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림 속 ‘바비인형’이 현실로 걸어오는 것 같다.

“제가 진행의 스킬도 없고 진행을 매끄럽게 하지도 못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말할 줄도 모르고요.”

 

그런데 김원희는 지금 무려 4개 프로의 MC를 맡고 있다. 3개는 단독 MC, 1개는 메인 MC다.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교양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여성 단독 MC의 ‘씨가 마른’ 방송가에서 전문 진행자도, 개그맨 출신도 아닌 김원희가 지금 가장 잘나가는 여성 MC가 된 것이다.

 

“배우로 시작했지만 MC를 병행한 지도 어느새 20년 가까이 됐어요. 그런데 솔직히 이 일이 얼마나 치열하고 귀한 일인지는 오랫동안 알지 못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현실을 깨닫고는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뭐 겉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책임감은 더 강해졌죠. 그리고 이 일의 소중함에 더 감사하게 됐고요.”

 

일단 SBS TV 예능 ‘자기야 - 백년손님’을 만 6년 넘게 진행하며 지난 10월 300회를 넘겼고, TV조선에서 정보프로그램 ‘살림 9단의 만물상’을 2년 넘게 진행 중이다. 

여세를 몰아 지난 9월부터 TV조선 유아 관찰 프로그램 ‘난생처음’을 맡았고, 내년 1월부터 방송되는 TV조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아름다운 당신’도 현재 녹화를 뜨고 있다.

 

그중에서도 2009년 ‘스타 부부쇼 자기야’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자기야’에서는 김원희가 김용만, 김성주, 최양락, 신현준 등의 남자 MC들과 호흡을 맞추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개의 장수 프로그램에서는 남자 MC가 여성 MC를 갈아치우며 해를 거듭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거꾸로다. 게다가 지난 3일까지 33주 연속 목요일 밤 11시 시청률 1위 행진을 이어가며 인기를 얻고 있다. 

‘자기야 - 백년손님’의 제작진은 “김원희는 편안하면서도 살가운 진행 솜씨로 출연진과 시청자를 모두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희는 “제가 결코 최고도 최선도 아니다. 그걸 바란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라며 “다만 나만의 방식과 스타일은 보여주는 것 같다. 40대 중반으로 가는 여성의 모습과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진짜 궁금하고 재미있어하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진행자로서 한 사람의 게스트를 상대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에요. 그 사람의 인생이 제게 걸어들어오는 것이고 살아있는 이야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잘 들어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일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MC로서보다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게스트와 대화를 나누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와 아무리 다른 사람이어도 그 사람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듣고, 그의 삶을 인정하면 모든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그런 제 궁금증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요즘 어린 세대에게는 김원희가 유머러스한 MC로만 보이겠지만 사실 그는 ‘인현왕후’ 출신이다. 1992년 MBC 21기 공채 탤런트로 출발해 ‘서울의 달’ ‘이 여자가 사는 법’ ‘부자유친’ ‘장희빈’ ‘꿈의 궁전’ ‘홍길동’ 은실이‘ ’퀸‘ 등을 거치며 정상의 인기를 누린 배우다. 하지만 2008년 OCN 드라마 ‘과거를 묻지 마세요’ 이후 가정생활과 봉사활동에 무게 중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그는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솔직히 시간이 안나는 것도 사실이에요. 연기를 하려면 지금 하는 많은 일을 그만둬야 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영원히 배우이고 언제든 연기는 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지금 하는 일들이 좋고 이미 너무 바빠요.(웃음)”

 

그는 “20년 전쯤 드라마 촬영장으로 꾸준히 찾아와서 MC를 하라고 권유했던 예능국 PD분들이 고맙다”며 웃었다.

 

“당시 저는 MC는 생각도 안했는데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가면 좀 웃겼는지 그렇게들 권유와 설득을 하시더라고요. ‘10년만 내다봐라. 일본이나 홍콩처럼 배우가 연기랑 MC를 병행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면서요. 그렇게 해서 ‘기쁜 우리 토요일’ MC를 맡게 됐죠. 저도 몰랐던 제 잠재 재능을 알아보셨던 그분들께 감사드려요.(웃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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