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정책 ‘엇박자’… 혼란에 빠진 금융권
정부ㆍ당정과 금융당국의 대출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 은행권이 혼란에 빠졌다.
학생, 주부 등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중ㆍ저신용자(신용등급 5~7등급)를 위한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과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대출을 불가하겠다는 여신 강화 정책이 내년에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6일 시중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와 새누리당은 주부, 학생, 영세업자 등 서민을 위한 10%대 중금리 대출을 금융개혁 10대 과제로 선정, 내년에 집중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면 저축은행, 대부업체에서 20%대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등 금리 격차가 커 서민들이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금융사에 성과보수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모바일전용은행을 도입하거나 캐피탈 회사와 중금리 대출을 위한 협약을 맺는 등 각종 방안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 2일 신한은행이 출시한 국내 최초 비대면 실명확인 기능을 갖춘 디지털 키오스크(비대면 실명 확인을 거쳐 창구 업무를 처리하는 자동화기기)와 모바일전용은행인 써니뱅크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심사 평가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여신 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중은행권 등 금융사가 당혹해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 정책은 신용능력 평가가 어렵고 상대적으로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학생, 주부, 영세업자 등을 위해 실시하는 제도인데, 금융위가 담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환능력이 없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 등 대출심사를 강화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막고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금융개혁 10대 과제로 선정하고 비대면 실명확인과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는 등 은행권에서 중금리 대출을 위한 각종 상품과 정책을 만들도록 강화방안을 다 시행해놓고 실제로는 대출자가 돈을 빌릴 수 없게 손을 묶어버린 상황”이라며 “부실채무를 줄이겠다는 금융위의 정책 방향과 서민대출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모두 필요한 것은 맞지만, 조율 없이 두 정책이 내년에 동시에 시행된다면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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