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최갑순 할머니 별세
올해 9명 生 마감, 생존자 이제 46명
“웃을 때 미소가 너무 예쁘셨고, 협회에서 금강산과 제주도, 온천여행을 갈 때면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어요.”
지난 5일 새벽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최갑순 할머니(96)의 빈소가 남양주 오남읍 남양주한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유족들은 할머니의 장례절차를 위해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정오부터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지난 191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난 최 할머니는 8명의 가족이 단란하게 살던 15세 때 일본 순사가 아버지를 끌고 가려고 하자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 대신 잡혀가면서 고난을 겪어야 했다.
“죄짓지 말고 살아야 한다”던 최 할머니는 죄지은 이들에게 끝내 사과받지 못한 채 향년 96세로 떠났다.
이날 빈소를 찾은 손영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 소장은 “생전에 최 할머니께서 쉼터도 자주 오시고, 수요시위도 가끔 참석하셨다”며 “그때마다 일본의 공식 사죄와 배상문제를 말씀하셨다”고 추억했다.
또 “일본군에게 끌려갔던 얘기와 1945년 해방을 맞은 뒤 3∼4년간 행상과 걸인으로 생활하면서 계속 남쪽으로 걸어와 고향 구례에 도착한 이야기, 이후 할머니 생애에 대해서 남들에게 굉장히 말씀을 잘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손 소장은 “생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남은 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공식 사죄하고 법적으로 배상해 고통받은 할머니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남경필 경기지사는 6일 최갑순 할머니를 위한 애도 논평을 내고 “안타깝고 비통하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남 지사는 “한평생 큰 짐을 지고 살다가 그토록 원했던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떠나신 고 최갑순 할머니의 명복을 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실천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올해에만 9명이 생을 마감하면서 남은 피해자는 46명으로 줄었다.
하지은·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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