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음주단속 현장 ‘백태’
영하의 강추위가 몰아치던 6일 자정. 화성시 진안동 병점지하차도 교차로 인근 2차선 도로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화성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순찰차 3대와 경찰 7명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스팟단속’ 준비에 돌입하면서다. 경찰은 순찰차를 세운 뒤 주황색 라바콘에 경광봉을 장착, 10m 간격으로 총 5개 라바콘을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음주단속을 벌였다.
노란색 야광조끼를 착용하고 왼손에는 경광봉, 오른손에는 음주감지기를 든 경찰은 단속지점 맨 앞에 ‘음주단속 중입니다’라는 큼직한 표지판을 세우고 차량들을 검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단속이 시작되자마자 한 차량이 단속을 피해 골목길로 도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음주 차량임을 확신한 경찰관 3명이 재빨리 뛰어가 해당 차량을 30여초 만에 포위했다. 경찰이 차량을 막고 단속에 응하라고 요구했지만 운전자는 이를 거부한 채 차량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칫 큰 사고가 벌어질 뻔 하기도 했다.
결국 40여분간 욕설을 퍼붓고 승강이를 벌이던 40대 운전자는 측정결과 면허정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0.074%로 입건됐다. 또 10여분이 흐른 0시10분께 한 운전자는 단속을 피하려 단속 현장 300m 앞에서 갓길에 주차한 뒤 시동을 끄고 도망가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이 운전자도 혈중알코올농도 0.096%인 면허정지 수치였다.
1시간가량 스팟단속을 벌인 경찰은 오산 신장동주민센터 인근에서도 30여분간 스팟단속을 벌여 면허정지 2건, 훈방조치 6건의 음주운전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만취한 상태로 단속을 거부하며 경찰에게 욕설은 물론 차로 위협까지 하는 운전자들이 많아 위험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고 전했다.
앞서 4일 밤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매산초 뒤 사거리에서도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은 수원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찰 6명이 경광봉을 흔들며 음주단속에 한창이었다.
이곳 역시 경찰의 단속이 귀찮은 듯 얼굴을 찌푸리는 운전자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단속 경찰관은 “신호봉을 차에 갖다 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단속감지기에 일부러 침을 튀기는 운전자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찰은 이날 밤 9시께 권선구 LH호매실 5단지 길목에서도 스팟 음주단속을 벌였다. 입건된 음주운전자는 없었으나 혈중알코올농도 0.045%의 운전자 1명을 훈방조치했다.
한편 경기경찰은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차량 통행이 잦은 주요 교차로와 유흥가 등에서 대대적인 음주단속을 벌인다. 특히 20∼30분 단위로 단속 장소를 옮기는 형태의 스팟 단속을 통해 연말연시 음주운전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영웅·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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